아침에 일어나서 본 풍경은 어제와는 또 달랐다.
지난밤에는 번쩍거리는 조명들과 늦은 시간까지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활기차고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는데 오늘 아침에는 저 멀리 잔잔한 바다가 보이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말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아침부터 한껏 들뜬 아이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평소에 하지 않던 스트레칭까지 마친 상태.
여유롭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대망의 스파이럴 뷔페로 향했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뷔페를 온전히 즐긴 날은 이날 밖에 없는 듯^^;)
조식뷔페가 10시까지라 (테이블 이용은 11시까지) 9시쯤 느지막이 갔는데 눈치싸움에 실패한 건지 한 15분 정도 대기한 후에나 입장할 수 있었다.
이 날 우리가 배정받은 곳은 연회실 같은 룸.
음식을 옮기기엔 좀 멀어서 불편했지만 대신 별도로 마련된 공간이라 조용한 편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커피나 코코아를 마시겠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커피를 고르고, 아이에게는 파인애플 주스를 가져다주었다.
동남아 하면 역시 망고!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망고를 찾아서 먹진 않는데 동남아에서 먹는 망고는 어찌나 달고 맛있는지.
망고 주스부터 망고 쉐이크까지 하루에 한두 잔은 꼭 마셨다.
반면에 딸기가 들어간 메뉴들은 모두 시큼했다.
아이랑 나는 호텔에서 겨울 시즌에만 운영하는 딸기 디저트 뷔페에 일부러 찾아다닐 정도로 딸기를 좋아하는데 여기에서는 호텔 디저트도 그렇고,
편의점에서 사 먹은 딸기 요구르트도 단 맛이 적고 산미가 강해 꼭 라즈베리를 먹는 것 같았다.
야무지게 조식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호캉스의 꽃, 물놀이 준비를 했다.
돌이켜보니 아이는 내가 물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 탓도 있어 덩달아 물에서 놀아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물을 좀 경계하는가 싶더니 워터파크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그런지 금방 경계를 풀고 물놀이를 하다가 나중에는 허리까지 오는 곳까지 들어가 신나게 놀았다.
이곳에서 아이는 에이버리라는 이름의 두 살 어린 필리핀 친구도 사귀었다.
아이는 영어를 못 하는데 언젠가 유튜브에서 들었던 'Let's play together!'를 여기서 써먹었다고 했다🤣
아이들끼리 놀고 있는 동안 나도 에이버리의 부모님과 얘기를 나누었다.
두 분 다 영어가 굉장히 유창했고, 신기했던 건 부부가 서로 대화를 할 때도 따갈로그어를 사용하지 않고 영어만 사용했다.
에이버리의 엄마가 아이들의 사진을 찍었고, 나에게도 사진을 보내주기로 해서 에이버리의 아빠와 인스타 아이디를 교환했는데 프로필 사진에 슈퍼카가 딱!
에이버리의 아빠가 본인의 차라며 슬쩍 자랑을 했다.
나는 차에 관해서는 엠블럼도 구분 못할 정도의 문외한이지만 차의 모양이 특이해서 슈퍼카라는 건 알아봤기 때문에 차가 너무 멋지다고 폭풍칭찬을 했다.
하긴 필리핀 평균 월급이 50만 원 정도이고, 의사 같은 전문직도 월급이 100만 원대라는데 외국인들만 득실거리는 5성급 호텔을 턱턱 묵을 정도면 정말 부자겠다 싶었다.
에이버리의 아빠는 나중에 한국이나 일본에 놀러 가게 되면 연락 주겠다고 했다.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와서 그땐 조금 더 자란 아이들의 모습을 또 함께 사진으로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풀장에서 신나게 놀고 나와 빈백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는 마닐라 베이가 보여야 하는데 공사 중이라 아쉽게도 바다가 안 보였다.
그래도 다음번엔 이번에 보지 못한 '빈백에 누워 바라보는' 마닐라 베이를 보러 가야 한다는 핑계로 한 번 더 마닐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아이와 사진도 찍고, 노래도 하고, 춤도 추면서 느긋하고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다.
다시 호텔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로비층에 있는 르 바에서 주스와 디저트를 먹으며 당 충전을 한 후, 체크인 때 나누어 준 키즈프로그램 일정표를 들고 키즈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갔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설명했었지만 매니큐어도 바르고, 바디 페인팅도 하고, 팔찌도 만들고, 마술쇼도 보며 그곳에서 두 시간가량을 머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아이 얼굴에 백설 공주 옷을 그려준 금손 선생님의 캐리커쳐 그림은 구겨지지 않게 조심히 들고 와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 소피텔 플라자 마닐라 호텔 후기 2편
🔽 필리핀 마닐라 여행기 모아보기
[일정]
첫째 날(2/17) : 오후 6시경 수완나품 공항 도착 - 저녁식사(마닐라공항 내 졸리비) - 호텔 이동
둘째 날(2/18) : 호캉스(소피텔 플라자 마닐라) - 저녁식사(RACKS) - 보나파시오 야시장
셋째 날(2/19) : 시티오브드림(망고트리, 드림플레이) - 몰 오브 아시아(SM Mall of Asia) - 디저트 뮤지엄 - 마닐라베이(SM by the BAY)
넷째 날(2/20) : 체크아웃 및 호텔 바 이용(LE BAR) - 공항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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