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개월차, 지독했던 한 달간의 입덧과 토덧이 끝나고 대망의 안정기를 만끽하려던 찰나에 혈흔이 비치면서 출산까지의 험난한 여정이 예고됐다. 유산과 조산을 막기 위해 매일같이 약을 복용하고,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버텨내다가 아이를 낳았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손가락 발가락이 다섯개씩 잘 있는지 확인하고 마음을 놓으니 곧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 여행은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뱃속에 있을 때가 좋았다'는 선배맘들의 우스갯소리가 절절하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밤낮 할 것 없이 아이의 오분대기조를 하는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 자꾸 여행 생각이 났다. 마음 먹으면 떠날 수 있던 시절이 그리워 예전 여행 사진첩을 뒤적였는데 기분이 나아지기는 커녕 여행앓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