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고민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숙소였다.
그동안 다녀온 동남아 여행에서는 호캉스 하기 좋은 호텔, 그래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에서 묵었다.
호텔 풀에서 물놀이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취향을 고려하다 보니 풀을 비롯한 부대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최소 4성급 이상의 호텔을 알아봐야 했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예약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1월의 하노이는 도저히 풀을 이용할 수 없는 날씨였다.
국토가 위아래로 길게 뻗어있는 베트남에서 하노이는 북부에 위치해 겨울에도 따뜻한 남부지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쌀쌀했다.
실제로 여행 1일 차는 봄 날씨였고, 2일 차와 3일 차는 가을 날씨였으며 4일 차와 마지막 5일 차는 겨울 날씨였다.
4일 차, 5일 차에는 베트남에선 결코 꺼낼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두툼한 패딩을 입고 다녔다.
비까지 내리니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그럼에도 아이가 좋아하는 물놀이를 시켜주고자 온수가 나오는 야외 키즈풀이 딸린 호텔을 우선적으로 알아봤다.
열심히 서치해 본 정보를 공유하자면,
페리도트 호텔에는 자쿠지가 있지만 크기가 많이 작아 보였고,
롯데호텔은 주말에는 온수풀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야외에는 키즈풀이 없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돌체바이킹덤은 온수풀도 있고, 키즈풀도 운영되지만 시내와는 동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해 보였다.
하노이는 다른 지역들에 비해 호캉스를 할만한 호텔이 많은 편이 아니었기도 했고, 애초에 야외 키즈풀에 온수까지 나오는 곳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아이를 설득해 숙소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폭풍검색에 돌입했는데 호텔을 고르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본 부분은,
1. 올드타운 시내 안에 위치할 것
투어와 쿠킹클래스의 픽업/드랍시, 올드타운 안에 있는 숙소는 바로 앞까지 데리러 와주지만 서호 주변을 비롯한 다른 지역들은 정해진 장소에 집합한 후에 차량에 탑승해야 한다.
2. 저렴한 비용
호캉스를 포기한 이상, 호텔에 애매하게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호텔은 쉬고, 잠만 자는 용도로 이용할 것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비용을 줄이고자 했다.
3. 위생
아이와 여행하다 보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위생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은 대형 호텔들에 묵다 보니 위생에 관한 부분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었는데 저렴한 호스텔 수준의 숙소에서 묵으려고 보니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었다.
후기 중에서도 위생에 관한 부분을 가장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예약한 곳은 Wecozy Nội Miếu. (이하 위코지 호텔)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다음에 가도 꼭 다시 묵고 싶을 만큼 대성공이었다!
https://maps.app.goo.gl/BPfomTefVH3vYU1K8
우선 고려사항 1번이었던 위치.
하노이도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 중 하나라 이동수단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될 택시에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까 싶었다.
도로 위에서 많은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 위주로 골랐고, 위코지 호텔 역시 호텔에서 나오면 바로 시장이 펼쳐지는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다.
가격 역시 상당히 착했는데 1박에 4만 원이 좀 안 되는 가격이었다.
찾아보면 더 저렴한 숙소도 많기는 했지만 꿉꿉한 냄새가 난다는 후기가 있다거나 시내에서 살짝 비껴간 애매한 곳에 위치해 있어 관광 다니기에 불편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위코지 호텔의 위생에 관해서는 만점을 주고 싶은데 침구류도 정말 깨끗했고, 전체적으로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오픈한 지 오래되지 않아 가구들도 거의 새것과 다름없었다.
화장실도 4성급 호텔 못지않게 청결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인테리어.
수영장이 없는 호텔에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아이지만 방이 알록달록하고 예쁘다면서 우리 집도 이렇게 꾸미고 싶다고 몇 번이나 얘기하기도 했다. (일단 정리부터 잘하자...)
로비를 비롯해 객실 내부까지 아트 공간처럼 센스 있게 잘 꾸며놔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또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웬만한 것들은 다 갖추고 있었다.
비품으로는 헤어드라이어, 샴푸, 바디워시, 액체형 비누, 치약, 칫솔, 면봉 정도가 구비되어 있었고, 식음용 생수도 준비되어 있었지만 페트병이 아니라 정수기 물인 것 같아 배탈을 염려해 편의점에 사 온 생수를 마셨다.
1층에는 주방 겸 다이닝룸이 있는데 큰 냉장고와 각종 식기와 조리도구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따로 조리는 하지 않고 밖에서 사 온 빵을 먹었기 때문에 이용하지는 않았다.
싱크대에는 식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어 객실에 비치된 식수가 다 떨어지면 이곳에서 떠오면 된다.
다이닝룸은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아 환기가 좀 덜 되었는지 날이 흐리고 비가 와서 그런지 조금 꿉꿉한 느낌은 있었지만 공간 자체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위코지 호텔은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미리 숙지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조금 번거로운 점이기도 한데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니라 다른 장점들로 충분히 상쇄가 됐다.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체크인은 이 단계를 거치게 된다.
1. 체크인 당일, 호텔로부터 현관 비밀번호와 객실 번호, 그리고 객실키가 보관된 열쇠함의 비밀번호를 메일이나 왓츠앱을 통해 전달받는다.
2.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호텔 내부로 들어와 객실 문 앞 열쇠함에서 열쇠를 찾아 방으로 들어온다.
3. 왓츠앱 등을 통해 호텔 측에 체크인을 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체크아웃 시에는,
1. 열쇠를 열쇠함에 돌려놓는다. (체크아웃 후에는 내부로 다시 들어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잊은 물건이 없는지 꼭 확인한 후 열쇠를 반납하자.)
2. 왓츠앱 등으로 호텔 측에 체크아웃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각 과정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보자면,
우선 숙소를 예약하면 호텔 측에서 메일이 온다.
체크인 당일에 현관 출입 비밀번호 등을 알려주겠다는 내용이고, 왓츠앱 등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내용이다.
나는 쿠킹클래스와 하롱베이 투어로 인해 왓츠앱 어플을 깔아 아이디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아이디를 알려주었고, 대략적인 체크인 시간도 함께 전달했다.
당일 2시경에 현관 출입 비밀번호와 배정된 방 번호를 왓츠앱을 통해 전달받았고, 입구에서 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갔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이어야 한다는 거!
상주하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포켓와이파이나 이심 등으로 인터넷 연결이 되어있지 않다면 무료 와이파이를 찾느라 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일에 인터넷이 안될까 불안하다면 상황을 설명하고, 호텔의 와이파이 패스워드를 미리 전달받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객실 앞에 도착했다면 룸키를 꺼내야 하는데, 룸키는 바로 객실 문 옆 쪽에 달려있는 열쇠함에 보관되어 있다.
열쇠함은 자물쇠 형식이라 비밀번호에 맞춰서 돌려 꺼내면 되는데 비밀번호 역시 객실 번호와 함께 알려준다.
체크아웃 시에도 이곳에 열쇠를 돌려놓으면 된다.
이 열쇠로 호텔 입구 현관문도 열 수 있기 때문에 호텔 출입 시에는 더 이상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터치식으로 가져다 대면 문이 열린다.)
방에 들어서면 이렇게 문에 지시사항들이 적혀있는데 와이파이 비밀번호나 다이닝룸의 위치, 세탁기의 위치(세제와 건조기까지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체크아웃 방법 등이 나와있다.
내가 이 지시사항을 제대로 읽지 않아 고생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두 번째 사항인 온수사용!
설명에도 나와있듯이 온수가 항상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오른쪽에 있는 스위치 N/FF를 켜고 한 15분 정도가 지나면 데워진 온수가 나오는 방식이다.
전력이 부족한 국가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이런 방식을 흔히 사용한다고 하는데 설명도 제대로 읽지 않고, 이런 방식이 있을 거라 생각지 못한 나는 둘째 날에 눈물을 머금고 찬물 샤워를 했다고 한다...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씻는 나는 찬물 샤워를 정말로 싫어한다.)
첫째 날에는 얼떨결에 저기 있는 스위치를 다 켠 덕분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 있었는데 둘째 날 아침에 숙소를 나오면서 스위치를 다 꺼버렸고, 조명 스위치만 켜고 끄느라 온수 스위치는 건드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동남아니까 온수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싶어 둘째 날은 꾸역꾸역 찬물로 머리를 감고, 덜덜 떨며 샤워를 마쳤는데 셋째 날 역시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살짝 짜증이 났고, 호텔에 연락을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다 연락을 하기 전에 혹시나 싶어 문에 붙어 있는 지시사항을 읽어보니 온수사용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체크인하면서 한 번만 제대로 훑어봤어도... (와이파이 비번만 선택적으로 확인함)
아무튼 이곳에 묵으시는 분들은 온수 스위치 켜는 걸 잊지 마시길.
체크아웃은 간단하다.
열쇠를 열쇠함에 돌려놓고, 호텔 측에 체크아웃을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놓으면 끝.
이 부분이 참 편리했다.
우리는 오전 비행기라 거의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출발을 해야 했는데 로비에서 체크아웃을 할 필요가 없으니 시간과 수고를 아낄 수 있었다.
시내 중심가에서 저렴한 비용에 깨끗한 위생 환경까지 갖춰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Wecozy Nội Miếu.
아쉬운 점을 굳이 꼽아보자면,
침대가 더블베드 정도의 사이즈라 어른 둘 혹은 어른 하나와 아이 하나가 사용하기엔 충분하겠지만 어른 둘과 아이 하나, 혹은 건장한 남성 두 명이 자기에는 좁을 수 있겠다 싶었다.
남편까지 함께 왔다면 침대는 덩치 큰 남편과 잠결에 발길질을 해대는 아이에게 내어주고, 아마 나는 소파에서 자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방음에 관한 부분인데 사실 시내 중심가이지만 호텔 자체는 한 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바깥 소음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호텔 가까운 곳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시길래 객실까지 들리지 않을까 싶어 걱정되었지만 바깥 소음은 의외로 괜찮았다.
다만 호텔 내부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쿵쿵거리지 않는 이상 발소리까지 들리는 건 아니지만 캐리어가 계단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왜...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서 올라가는 걸까🤣
누군가가 밤 11시에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데 오를 때마다 캐리어가 계단에 쿵쿵거리며 부딪쳐서 좀 시끄러웠다.
물론 귀가 아프거나 그럴 정도는 아니고, 나도 잠들기 전이고 아이는 소음상관없이 잘 자는 편이라 문제는 없었지만 객실이 층마다 두 개 밖에 없고, 그 사이에 계단이 있는 형태다 보니 비교적 객실과 계단이 가까워 소음이 좀 더 잘 들리는 것 같았다.
소음에 정말 민감한 사람이라면 빌런을 만났을 때 상당히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다음에 또 하노이에 방문하게 된다면 고민 없이 이곳을 고르지 않을까 싶다.
위치, 가격, 청결 삼 박자를 고루 갖춘 가성비 최고의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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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첫째 날(1/19) : 오후 7시경 노이하이 공항 도착 - 공항에서 간식(파파이스)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둘째 날(1/20) : 하롱베이 투어 - 저녁식사(THU HUYEN)
셋째 날(1/21) : 카페(Vie Coffee & Tea) - 호치민묘소 - 호치민관저 - 점심식사(땀비) - 탕롱황성 - 기찻길 옆 카페 - 마사지(Kadupul Spa Massage) - 저녁식사(BANH MI LONG HOI) - 호안끼엠호수 산책
넷째 날(1/22) : 카페(Vie Coffee & Tea) - 쿠킹스쿨(하노이 로즈 키친 쿠킹 클래스) - 호텔에서 휴식 - 저녁식사(롯데리아) - 쇼핑(하노이 롯데마트)
다섯째 날(1/23) : 체크아웃 및 공항 이동 - 조식(Big B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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