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하노이로 떠나는 날.
오후 세시 반에 떠나는 항공편이었기 때문에 비행 스케줄은 비교적 여유로웠지만 다른 스케줄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학교 견학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마친 지금, 이때를 돌이켜보니 홋카이도 여행에서 돌아온 월요일 저녁부터 목요일까지 그동안 밀린 회사일 처리에, 밀린 집안일 처리에, 베트남 여행준비까지 정신없이 보내다 금요일 베트남 여행 출발 당일에 아이와 함께 학교 견학까지 다녀왔으니 참 빡센 스케줄이었구나 싶다.
여행은 역시 체력보단 열정으로 하는 건가 보다🤣
학교 견학까지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었고, 집에 있는 반찬으로 대충 식사를 때우자마자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 지난번 홋카이도 여행부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내가 자주 들고 다니는 기내용 캐리어 21인치짜리가 알고 보니 내 자전거 앞바구니에 쏙 들어간다는 것!
당연히 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앞바구니가 이렇게 컸던가? 아니면 캐리어가 생각보다 작은건가?
그동안 그걸 모르고 걸어서 지하철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거나 정 귀찮으면 택시를 부르곤 했었다.
지하철로는 한 정거장이라 가까운데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아이를 동행하면 도보로 15분 정도가 소요되어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었고, 택시를 탑승할 경우에는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일본 택시비가 비싼 관계로 10분 거리에 15,000원 정도를 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 앞바구니에 캐리어를 싣고, 뒷 자석에 아이를 태우고 가는 건 일종의 절충형과 같다고 볼 수 있겠다.
(내 자전거는 차일드 시트가 달려있는 전기자전거다.)
지하철역까지 걸리던 15분이 자전거로 인해 5분 컷이 되었고, 짐도 끌지 않으니 나의 비루한 체력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튼 무사히 공항에 도착하고, 체크인을 하려는데 비엣젯 항공의 대기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확실히 한국과 다른 점이 느껴졌던 게 한국에서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을 때는 한국 여행객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이번에 일본에서 탑승했을 때는 일본 사람은 거의 없고 베트남 사람이 90% 이상이었다.
다들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 가져다주려고 물건을 바리바리 싸 온 건지 기본적으로 한 사람에 28인치 캐리어 두 개, 박스까지 챙긴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여담이지만 최근 들어 일본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꽤 많이 늘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몇 년간 일본에서 체류하며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비자가 많이 발급되었고, 그들 중 일부는 체류를 연장하기 위해 비자를 바꿔 베트남 식자재 슈퍼마켓이나 베트남 음식점을 여는 경우가 많다.
우리 동네에도 코로나 때부터 갑자기 베트남 슈퍼마켓이 많이 늘어났는데 체류가 목적이라 그런지 영업을 제대로 안 하는 곳이 많다.
아무튼 이대로 기다렸다가는 오늘 안에 체크인을 할 수 있을까 싶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온라인 체크인을 안 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줄 서서 기다리면서 온라인 체크인을 하는데, 다 마치고 나니 마지막에 '전자항공권을 반드시 인쇄해서 가져오라'라고 쓰여 있었다. 낭패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나가는 승무원 분을 붙잡고 체크인 화면을 보여주면서 온라인 체크인을 했고, 캐리어도 기내로 가져갈 거라 드랍할 짐이 없는데 여기서 기다려야 하냐고 물었더니 이 쪽으로 따라오라면서 빈 카운터로 데려가 바로 처리해 줬다.
물어보길 잘했다 싶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후, 라운지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다이소에서 사 온 스티커북과 색칠놀이, 핸드폰에 담아 온 영상들로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낮잠도 좀 자고, 간식도 먹고 하니 시간이 금방 갔다.
지난번 여행에서 오사카-방콕이 약 6시간 소요되었던지라 이번 오사카-하노이 5시간 좀 안 되는 비행시간이 조금 수월하게 느껴졌다.
태국에 다녀왔을 때는 두 번의 여행 모두 기내식을 미리 주문해서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공항에서 삼각김밥과 빵, 음료, 주전부리를 사서 탑승했다.
번거로운 걸 피하고 싶어 웬만하면 기내식을 주문해 먹고 싶었는데 비엣젯의 기내식이 너무 맛없어 보였다... 실제로 맛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사진만 봤을 때는 정말로 맛없어 보였다.
도착예정시간이 저녁 7시, 한국 시각으로는 저녁 9시라 비행시간이 식사시간과 겹치는데도 주문해서 먹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들 내려서 현지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걸 먹으려고 하는 걸까?
공항에서 내린 후, 예약해 두었던 유심칩을 바꾸는데 그곳에서 환전도 취급하길래 환전도 같이 부탁했다.
하롱베이 유람선 투어, 쿠킹클래스와 같이 굵직굵직한 비용이 나가는 건 미리 사이트에서 예약하고, 결제해 뒀기 때문에 현지에서 그때그때 사용할 돈 30만 원 정도만 환전을 했다.
유심칩 작동이 잘 되는지 확인을 마친 후, 공항에 있는 파파이스에서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필리핀에서도 느꼈지만 동남아에서는 파파이스가 정말 잘 나가는 듯하다!
https://maps.app.goo.gl/CZEtRQGUD5HTrUi68
공항 의자에 대충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으로 기분이 좋아진 아이가 만면 미소 가득한 모습으로 아이스크림 컵을 싹싹 비웠다.
평소 같았으면 늦은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잔소리했을 나지만 필리핀 졸라비에 이어 베트남 파파이스까지 매번 공항에 도착해서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른인 나조차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비행시간과 입출국수속에도 불평 하나 없이 함께 해준 것이 고맙고 기특하기도 하고, 또 이번 여행도 아이에게 달콤한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랩을 타고 호텔로 이동하는데 시내에 가까워지자 택시가 속도를 못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오토바이와 사람들,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도로들.
게다가 금요일이라 그런지 곳곳이 보행자 거리로 통제가 되어 있어 차가 더 이상 진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도로 한복판에서 내려 걸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택시 안에서 하노이 시내를 구경하는데 어찌나 내리고 싶던지.
내가 기억하던 정신없고, 왁자지껄하고, 역동적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하노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번쩍번쩍한 쇼핑몰보다는 이런 사람 냄새나는 시장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인지 놀이공원에 온 아이처럼 기분이 설렜다.
비록 길치인 나는 구글맵을 켜고도 몇 번이나 길을 잃었지만 이곳저곳 상점들과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간마저도 즐거웠다.
시내에 도착한 건 현지 시각으로 오후 9시 정도였는데 하노이 시내는 한창 떠들썩한 분위기라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일본 시각으로는 오후 11시로 이미 아이의 취침시간이 지난 상태였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향하는 길에 내일 아침에 간단하게 먹을 빵을 사서 들어가기로 했는데 마침 눈앞에 빵집이 보였다.
https://maps.app.goo.gl/rzbHEE3AcFkn5cHt5
빵집 이름은 Hanoi Croissant & Coffee.
다 맛있어 보여 한참 고민하다가 나는 점원한테 추천받은 아몬드 크로와상을, 아이는 스트로베리 머핀을 골랐다.
늦은 시간이라 커피를 마시지 못한 게 아쉽기는 했지만 다음 날 일정이 하롱베이 투어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하노이라 그런지, 아니면 베트남이 한국과 일본에 이은 내 마음속 제3의 고향이라 그런지 다른 곳을 여행 갔을 때보다 마음이 편했다.
왠지 모를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나 전생에 베트남 사람이었나...?
🔽 베트남 하노이 여행기 모아보기
[일정]
첫째 날(1/19) : 오후 7시경 노이하이 공항 도착 - 공항에서 간식(파파이스)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둘째 날(1/20) : 하롱베이 투어 - 저녁식사(THU HUYEN)
셋째 날(1/21) : 카페(Vie Coffee & Tea) - 호치민묘소 - 호치민관저 - 점심식사(땀비) - 탕롱황성 - 기찻길 옆 카페 - 마사지(Kadupul Spa Massage) - 저녁식사(BANH MI LONG HOI) - 호안끼엠호수 산책
넷째 날(1/22) : 카페(Vie Coffee & Tea) - 쿠킹스쿨(하노이 로즈 키친 쿠킹 클래스) - 호텔에서 휴식 - 저녁식사(롯데리아) - 쇼핑(하노이 롯데마트)
다섯째 날(1/23) : 체크아웃 및 공항 이동 - 조식(Big Bow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