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탕롱황성'으로 향했다.
이 때도 걸어서 이동했는데 오전에 호텔에서 호치민 묘소로 향할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도보 이동을 했다.
하노이는 해 떨어지고 나서도 비교적 치안이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의 넘치는 체력과 택시나 버스를 기다리기 싫어하는 나의 급한 성격 때문이기도 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기 싫어서 계단 오르는 사람🤣)
걸어가는 도중에 다낭에서 다녀온 콩카페가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커피 한 잔 하러 들르고 싶었지만 '아침에도 카페에 가지 않았냐'며 빨리 탕롱황성을 구경하러 가고 싶다는 아이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좀 크더니 잔소리꾼이 다 됐다.
https://maps.app.goo.gl/qaiP1xQQtgBJoQpTA
드디어 탕롱황성에 도착!
탕롱황성은 1802년에 지어진 황제의 궁전이라고 하는데 보기보다 규모도 크고, 둘러볼 곳도 많았다.
하노이에는 이와 비슷한 유적지들이 많이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하노이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로 1010년부터 지금까지 무료 천 년 넘게 베트남의 수도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탕롱황성은 베트남과 프랑스, 중국의 건축양식이 공존하는 건축물이라고 하는데 특히 중국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원색 위주의 강렬한 색상도 그렇고, 용으로 된 장식이 많은 것도 그러했다.
사실 이 유적지뿐만 아니라 베트남 자체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싶긴 하다.
주변국인 라오스나 캄보디아는 인도•힌두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반면, 베트남은 중국의 유교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중국과 결이 비슷하다.
우리가 다녀온 시기가 졸업시즌과 겹쳤는지 이곳에 단체로 방문한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다들 학사모를 쓰고, 졸업가운을 입고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한껏 들뜬 아이들의 표정이 귀엽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얘들아'라는 늙은이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탕롱황성이 생각보다 넓고, 학생들이 너무 많아 구석구석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바깥 건축물보다 전시관을 더 좋아했던 아이를 위해 전시관에서 천천히,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꼬마 도슨트 놀이에 심취해 나에게 전시관에 있는 유물들을 설명해 주었는데 대개 '이것은 그림이 그려진 벽돌입니다.', '이것은 도자기입니다.'와 같이 핵심만을 전달하는 설명이라 한참 웃었다🤣
탕롱황성 관람을 마치고 나와 이번에는 기찻길 마을이라고 불리는 Hanoi Train Street로 향했다.
https://maps.app.goo.gl/aTdGWd8SDNNCDgNH7
기찻길 마을은 쭉 뻗어있는 기찻길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쭉 들어서 있는 관광지이다.
핫플레이스답게 입구부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는데 평소였으면 괜찮다는 제스처를 하며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 날은 웬일인지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호객꾼 아저씨 손에 이끌려 한 카페로 안내받았다.
메뉴판을 받고 보니 관광지라 그런지 호텔 근처 카페에 비해서는 가격이 좀 나가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자릿값, 뷰값이라고 생각하니 나쁘지 않은 가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찻길 카페들의 테이블은 대부분 야외에 나와 있는데 선로 바로 옆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나는 하노이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에그커피'를, 아이는 피치 요거트 스무디를 주문했다.
내 하노이여행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바로 이 에그커피였다.
오래전 신선한 우유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시절, 우유 대신 계란의 거품으로 라테를 만들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이곳 하노이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에그커피는 라테의 거품이 흰색이 아니라 살짝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맛은 아인슈페너와 비슷했는데 거품이 좀 더 쫀득하고, 크림의 맛도 커스터드크림맛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파는 아인슈페너보다 맛이 좋았다.
다만 역시나 베트남 커피답게 크림 밑의 커피는 상당히 강렬했다.
아이가 고른 피치 요거트 스무디 역시 맛이 괜찮아 아이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계산을 마치고 기찻길을 따라 마을 구경에 나섰다.
양 옆으로 가게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있어 따로 통로가 없어 기찻길을 밟고 이동해야 했다.
좀 불편하긴 했지만 기찻길을 따라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카페들, 그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티타임을 가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여유로움을 느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문득 베트남에 와서 마사지를 한 번도 받지 않았구나 싶어 마사지를 받으려 호텔 가까이에 위치한 평점 좋은 마사지샵을 들렀다.
손님이 꽉 차 당장은 힘들고, 한 시간 반 뒤에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길래 예약을 해두고 호텔로 들어와 잠시 휴식을 취했다.
https://maps.app.goo.gl/FB4UhQ7wKU9TGqAN8
예약 시간에 맞춰 마사지샵으로 향했다.
다른 샵들에 비해서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었는데 그만큼 시설도 좋고, 청결했다.
둘 다 발마사지를 선택했는데 오픈된 공간의 소파가 아니라 룸 안 베드에서 누워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마사지 가격은 60분에 1인당 65만 동, 환산하면 3만 5천 원 정도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마사지사가 두 분 들어왔는데 실력이 상당히 괜찮았다.
압의 강도도 자주 살펴주었고, 특히 아이를 담당하셨던 분은 아이가 불편해하지는 않는지 꼼꼼하게 체크해 주셨다.
기분 좋게 마사지를 마치고 나오니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음료와 과자가 또 준비되어 있었다.
과자는 코코넛 맛이 나는 과자였는데 오도독거리는 식감이 특이했다.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방금 먹었던 과자를 한 봉지씩 선물해 주었다.
마사지 실력도 좋았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서비스가 인상 깊은 곳이었다.
다시 돌아온 호텔에서 30분 정도 뒹굴뒹굴하다가 이번에는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점심을 좀 늦게 먹은 데다가 카페도 다녀오고, 마사지샵에서도 주전부리를 했더니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식당이 닫기 전에 식사는 해야 될 것 같아 숙소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반미 가게에서 반미를 먹기로 했다.
호텔에서 나와 걷는데 누가 너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아까 아이를 담당했던 마사지사였다.
마사지사는 다음 예약 손님 때문에 우리에게 인사만 하고 바로 방을 나섰어야 해서 팁을 주지 못했다.
아이를 잘 챙겨준 고마운 마음에 카운터 직원에게 부탁해 넉넉하게 팁을 드렸는데 그걸 건네받은 모양이었다.
식사하다말고 벌떡 일어나 연신 땡큐를 외치며 우리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인사를 해주었다.
https://maps.app.goo.gl/fN7mFES2TCH1xz349
우리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곳은 BANH MI LONG HOI.
상당히 로컬스러운 반미 샌드위치 가게였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굉장히 저렴했다!
가장 저렴한 반미는 4만 동, 환산하면 우리 돈 1600원가량으로 가장 비싼 메뉴도 5만 동, 약 2700원이었다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일본에서 반미를 먹고 싶을 때 가끔 베트남 음식점에서 주문하곤 했었는데 개당 6000원, 7000원 정도에 주문했던 게 억울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제 여기서는 못 사 먹을 것 같다..)
3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기다리니 점원이 테이블까지 반미를 가져다주었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컸다.
배도 별로 안 고픈 상태여서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먹었어도 충분했겠다 싶었다.
특유의 향신료를 써서 그런지 향이 조금 거슬리긴 했지만(향신료에 민감한 편) 이 가격에 이만한 양, 이 정도의 맛이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빵도 크지만 안에 고기도 제법 들어가 있어 결국 아이와 나 모두 거의 절반정도를 남긴 상태로 호텔로 가져왔다.
다음날 아침에 마저 먹으려고 했는데 봉투를 열어두지 않아 눅눅해진 탓에 결국 버려야 했지만 어쨌든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하노이에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하노이가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당히 저렴했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이 1인당 약 3만 6천 달러이고, 태국이 약 7천 달러, 필리핀이 4천 달러, 베트남 역시 4천 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했을 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베트남의 가성비가 가장 훌륭했다.
반면 가성비가 가장 좋지 않았던 곳은 마닐라.
음식값은 국민총소득이 비슷한 베트남보다 비쌌고, 국민총소득이 두 배 가까이 되는 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필리핀 사람들은 이 음식값이 감당이 되나? 싶었다.
(물론 위생이 의심스러운 곳은 아예 선택지에 들지도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의 청결도를 기준으로 두었을 때 베트남 음식점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 반해 베트남 하노이는 위생 상태가 전반적으로 괜찮았고 가격 역시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길거리 노점상 같은 곳에서 사 먹어 볼 엄두는 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깔끔해 보여서 가격이 좀 나가겠다 싶은 식당에서도 1인당 한 끼에 3천 원 정도면 충분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다시 산책을 나섰다.
(이 날 2만 보 넘게 걸었다!)
호안끼엠 호수 한쪽에서는 기념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학생들이 무대의상을 입고 차례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댄스 경연대회인가 싶었는데 스크린 화면에 호치민의 생전 영상이 계속 재생되는 걸 보고 호치민을 기리는 기념행사구나 싶었다.
산책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겨우 달래 9시가 넘어서야 호텔로 들어왔다.
한국 시간으로는 밤 11시이니 잠들 시간이 이미 지나있었다.
그래도 매번 함께 여행을 다닐 때마다 씩씩하게 일정을 소화해 주는 아이를 보니 기특했다.
다시 봐도 좋은 여행메이트다.
셋째 날도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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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첫째 날(1/19) : 오후 7시경 노이하이 공항 도착 - 공항에서 간식(파파이스)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둘째 날(1/20) : 하롱베이 투어 - 저녁식사(THU HUYEN)
셋째 날(1/21) : 카페(Vie Coffee & Tea) - 호치민묘소 - 호치민관저 - 점심식사(땀비) - 탕롱황성 - 기찻길 옆 카페 - 마사지(Kadupul Spa Massage) - 저녁식사(BANH MI LONG HOI) - 호안끼엠호수 산책
넷째 날(1/22) : 카페(Vie Coffee & Tea) - 쿠킹스쿨(하노이 로즈 키친 쿠킹 클래스) - 호텔에서 휴식 - 저녁식사(롯데리아) - 쇼핑(하노이 롯데마트)
다섯째 날(1/23) : 체크아웃 및 공항 이동 - 조식(Big Bow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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