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여행 둘째 날!(이지만 첫째 날은 공항에 도착해 호텔로 이동한게 전부라 실질적으로 본격적인 여행 시작일이다.)
이 날은 하롱베이를 가기 위해 미리 크루즈 투어를 예약해 두었다.
하노이 여행을 계획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하롱베이였는데 긴 이동시간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일정이기도 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만 왕복 6시간이 소요되고, 하롱베이에서 머무르는 6시간 역시 대부분 배 위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도 나지만 아이가 버텨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자연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아이가 행여나 지루해하지 않을까도 걱정이었다.
투어를 마친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이러한 걱정들이 무색할 만큼 아이의 체력은 어마무시했고, 하롱베이의 절경은 나보다도 아이가 더 좋아했다☺️
클룩을 통해 하롱베이 투어를 알아보는데 유람선의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예전에 하롱베이 투어를 다녀왔을 때는 (돈 없고) 혈기왕성한 대학생 일 때라 가장 저렴한 배에 탑승했었는데 시설과 위생 수준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승선감이 별로 좋지 못했던 건 기억이 났다.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가다 보니 위생적인 부분도 신경 쓰고 싶었고, 또 아이와 나 모두 멀미를 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흔들림이 덜한 큰 배를 타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5 Stars Cozy Bay Premium Cruise였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음식(선상 런치 뷔페)에 관한 평가도 괜찮았고, 화장실 등의 위생도 괜찮은 편이라는 리뷰가 많았다.
해가 질 무렵 열린다는 크루즈 선셋파티도 궁금했다.
크루즈를 예약할 때 차량이동 편에 대한 옵션이 있었는데 일반 관광버스와 리무진 중에 선택할 수 있었다.
리무진은 밴이라고 보면 되는데 일반 관광버스가 30명 이상 탑승하는 데에 비해 밴은 열 명 남짓으로 탑승인원도 적고, 시트와 앞뒤 공간도 널찍해서 편안해 보였다.
차량에서 보내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좀 더 편하게 있고 싶어 리무진을 선택했다.
가격 차이도 1인당 6천 원 정도라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출발 당일 오전 8시 좀 넘은 시간에 리무진이 호텔 앞까지 픽업을 왔다.
'스티키라이스'라는 재미있는 별명의 베트남인 남자 가이드분이 동행하셨다.
투어 내내 웃는 얼굴로 열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시는 유쾌한 분이셨는데 베트남 억양이 거의 없이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잘하셔서 의사소통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나...🤣)
나중에 크루즈 안에 다른 팀들이 동승하면서 그 팀들의 가이드님들을 보고 나니 우리 가이드님이 영어를 어마어마하게 잘하시는 거구나 하고 느꼈다는😅
우리가 마지막 픽업이라 탑승하자마자 가이드님이 오늘 일정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무려 3시간이라는 긴 이동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가이드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체력보충을 위해 쪽잠을 자뒀다.
중간에 화장실 겸해서 휴게소도 들렀는데 딱 봐도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판매샵^^;
주차장에는 버스와 리무진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공예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베트남 물가 치고는 가격이 꽤 나가길래 구매는 일단 보류하고 아이쇼핑을 했다.
남은 한 시간 정도를 마저 달린 끝에 뚜언쩌우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지난밤에 살짝 둘러봤던 하노이의 시내 풍경과는 확연히 달랐다.
복작복작하던 하노이와는 달리 탁 트인 하늘과 바다의 풍경 속 나란히 줄 서있는 유람선들이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탑승권을 받고 배에 올라탔다.
가이드님이 자리 배정을 해주셨고, 우리는 중국인 할머니, 할아버지 세 분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그중 할머니 한 분이... 빌런이셨다🤣(이하 빌런 할머니ㅋㅋ)
크루즈가 차례차례 출발하다 보니 우리 배가 출발하기까지 거의 20분 정도의 대기 시간이 있었는데 주변 크루즈들과 풍경을 구경하느라 지루하지는 않았다.
크루즈가 출발하고 얼마 안 돼서 뷔페가 준비되기 시작했다.
이미 여객터미널에 도착했을 때가 12시(우리나라 시간으로는 2시!)를 넘었기 때문에 아이도 나도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가이드님이 또 한 번 앞에 나와 여행일정과 크루즈 이용에 대해 설명을 하시는데 우리 테이블 빌런 할머니께서 갑자기 일어서더니 가이드님의 설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뷔페 음식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퍼가기 전에 미리 찍어두겠다는 열정이 돋보였다 ㅋㅋ
그러고는 그 자리에서 SNS에 올리셨는데 거의 시간당 한 번씩은 올리신 듯하다.
당당한 모습(?)도 놀라웠지만 70대 정도는 되어 보이셨는데 SNS를 자유자재로 하신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참고로 배 안에 와이파이가 있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예상가능하겠지만 느리다...)
선상 뷔페식은 나름 괜찮았다.
다들 전투적으로 퍼가다 보니 아이까지 챙겨야 했던 나는 그 전투에서 도태됐다.
먹는 속도도 느린 편이라 마지막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먹은 비인기메뉴 위주로 먹어야 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종류도 많은 편이었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튀긴 음식이 많았고, 수프와 샐러드, 과일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가 먹을 음식이 있을까 싶었는데 매운 음식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아이 먹이기에도 썩 괜찮았다.
아이도 두 그릇을 싹싹 비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배부터 두둑하게 채운 우리는 윗 층으로 향했다.
객실에서 나오니 그림 같은 하롱베이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이도 연신 환호성을 질렀다.
승 솟 동굴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이와 계속 야외에서 경치 감상도 하고,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승 솟 동굴에 도착해서는 배에서 내려 동굴까지 걸어올라 가는데 생각보다 가파르고 꽤 걸어야 했다.
아이가 괜찮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아이는 멀쩡했고, 평소 운동부족에 시달리는 나만 힘들어했다.
승 솟 동굴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 지점에서 내려다보는 하롱베이는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들었다.
아무리 훌륭한 조경이라 할지라도 이곳에 견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름다운 풍광과 아이의 모습을 사진에 열심히 담고 있는데 우리 테이블 빌런 할머니가 우리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사진 몇 장 찍어 주더니 바로 본인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ㅋㅋㅋ
한 장 찍을 때마다 내가 찍은 결과물 확인하신 후 코치(?)를 하시며 맘에 들 때까지 찍사 역할을 시키셨는데 나중에 내 휴대폰을 열어보니 정작 우리 사진은 다 흔들려있었다... 할머니...😭
땀이 날랑말랑 할 때즈음 승 솟 동굴에 도착했다.
관람로를 따라 신비로운 동굴 속 종유석과 석순을 구경하는데 동굴의 규모가 상당히 넓어 그 안에서도 30분가량을 걸어 다녔다.
관람로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중간에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는 구간들이 있어 동굴을 더 가까이서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었다.
동굴에서 나와 갈증을 느낀 우리는 조그마한 매점에서 물을 사 마셨는데 특이하게 페트병이 아닌 캔에 물이 담겨 있었다.
하롱베이에서는 자연보호를 위해 페트병 반입을 금지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캔으로 된 생수를 판매하는 것 같았다.
(크루즈에 승선하기 전에 페트병과 비닐봉지를 소지했는지 가방 검사를 한다고 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따로 검사는 없었다. 페트병은 소지불가, 텀블러는 소지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배 안에서 병으로 된 생수를 구입해 마셨다.)
배로 돌아와 이번에는 루온 동굴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스스로 노를 젓는 카약과 사공이 노를 저어주는 대나무 보트 중 하나를 골라 탑승할 수 있었는데 아이와 동행한 나는 대나무 보트를 골랐다.
대나무 보트는 추가 요금은 따로 발생하지 않았고, 사공에게 팁을 알아서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구명조끼를 입는데 다 축축하고, 고장이 나 있는 게 많아서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아이용 사이즈가 없어 아이에게도 어른용 중에서 그나마 작아 보이는 걸 골라 입혔는데 아무리 조여매도 공간이 있어 구명조끼가 제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를 안 쪽에 태우고 배에 타 있는 동안은 아이를 계속 신경 써야 했다.
루온 동굴은 동굴이라기보다는 아치형 출입구인데 배를 타고 들어가면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인 잔잔한 바다가 나온다.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사방이 막혀있어서 그런지 크루즈에서 본 풍경과는 사뭇 달랐고, 호수처럼 고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서도 우리 테이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 탑승했다.
자유탑승이었는데도 가는 곳마다 자꾸 한 팀이 됐다 ㅋㅋ
같은 테이블이라고 빌런 할머니께서 나름 열심히 챙겨주셨다.
비록 중국어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보트에 탑승해서도 열심히 SNS에 올리실 영상을 찍으시는데 갑자기 우리 쪽을 비추시더니 손을 흔들라고 하셨다 ㅋㅋㅋㅋ
얼떨결에 손을 흔들었는데 그 영상은 아마 중국 웨이보 어딘가에 돌아다니지 않을까 싶다.
대나무 보트 체험을 마치고 다시 크루즈에 오른 후, 마지막 일정인 티톱섬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한 40분 정도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티톱섬 정상까지 등반을 하거나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는 등반은 하지 않고 해변가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 아이보다 세 살 정도 많은 한국인 언니가 함께 놀자고 말을 걸어와 아이는 언니와 함께 모래 놀이도 하고, 바다에 들어가 조개껍데기를 주워오기도 했다.
옷 갈아입히기가 불편할 것 같아 수영복은 준비하지 않았었는데 물에 풍덩 빠지지 못하니 아이가 좀 아쉬워했다.
아이가 이것저것 주워오던 중 무려 뼈를 주워왔는데... 사람 턱과 이빨로 보이는 걸 발견해 왔다.
동물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사람의 이빨이라...ㅋㅋㅋ
모래사장에 고이 묻어두고 왔지만 아이는 지금도 왜 거기 사람 뼈가 있었냐고 물어보곤 한다🤣
내가 더 궁금해...
약속시간이 다 되어 짧았던 해수욕을 마치고 다시 크루즈에 탑승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선셋파티가 시작되었다.
어른에게는 와인(시음용 수준의 적은 양이다), 아이에게는 주스가 주어졌고 과자와 과일은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었다.
크루즈에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호텔로 귀가하는 시간이 오후 9시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선셋파티에서 과자와 과일로 주전부리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요기가 되었다.
선셋파티에 조금 늦게 올라간 우리는 빈자리가 없어 서있어야 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일본인 여자분께서 아이가 서있는 걸 보더니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역시 일본사람들 친절해.
신나는 댄스음악으로 선셋파티가 시작됐는데 한국인도 여럿 있어서인지 가이드님이 강남스타일을 틀어주고 한국인들의 댄스를 유도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다들 샤이한 한국인들만 탑승했는지 결국 가이드님 혼자 말춤을 추셨지...
미안해요 스티키라이스🤣
선셋파티까지 다 마치고 다시 선실로 들어가니 테이블마다 팁을 넣는 봉투가 놓여있었다.
동행분들이 팁 넣기를 주저하자 빌런 할머니가 '우린 중국인이잖아!!!'라며 큰 소리를 치며 봉투를 낚아채셨다.
중국인의 통 큰 스케일이 기대되는 순간이었지만 그 뒤로 내가 팁을 넣고자 봉투를 열었더니 500원 정도가 들어있었다.
할머니가 내 눈치를 보시며 상당히 민망해하셨다.
당찬 대륙의 기상은 어디로...?
다시 여객터미널로 돌아오니 이미 6시가 넘은 시간이라 날이 저물어있었다.
그리고 하노이까지 다시 버스로 3시간 동안 꿀잠을 자며 이동했다.
이번 하롱베이 투어는 둘이서 12만 원(팁까지 하면 한 14만 원쯤? 팁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액수도 자유였다) 정도였는데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사실 경이로운 풍경을 감상하며 식사를 하던 시점에 이미 본전은 뽑고도 남았다 싶었다😆
세계 유명한 절경 중 하나인 하롱베이를 오랜만에 다시 찾은 것도 감격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이번에는 아이와 함께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풍경은 가물가물 해지겠지만 함께 한 추억들은 아이의 자양분이 되어 평생 남아있겠지.
하노이에 도착해 호텔로 들어가기 전,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왠지 아쉬운 마음에 호텔 앞 식당해서 아주 늦은 저녁을 먹었다. (한국시각으로 이미 밤 12시였다.)
https://maps.app.goo.gl/rcwVii3nxinCT772A
나는 스프링롤, 아이는 식빵 튀김을 골랐다.
늦은 시간이라 비교적 위에 부담이 덜 갈 것 같은 튀기지 않은 스프링롤을 주문했는데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맛이 꽤 좋았다.
반면 식빵 튀김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맛이 아니라 설탕 안 넣은 프렌치토스트 같았다.
나는 괜찮았는데 단 맛을 기대했던 아이는 좀 실망한 눈치였다.
스프링롤은 69000동(한화 3700원), 식빵 튀김은 39000동(한화 2100원)으로 가격도 저렴했고, 양도 생각보다 많아 결국 조금 남기고 돌아왔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6년근 홍삼 진액같이 알찬 하루였다😉
🔽 베트남 하노이 여행기 모아보기
[일정]
첫째 날(1/19) : 오후 7시경 노이하이 공항 도착 - 공항에서 간식(파파이스)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둘째 날(1/20) : 하롱베이 투어 - 저녁식사(THU HUYEN)
셋째 날(1/21) : 카페(Vie Coffee & Tea) - 호치민묘소 - 호치민관저 - 점심식사(땀비) - 탕롱황성 - 기찻길 옆 카페 - 마사지(Kadupul Spa Massage) - 저녁식사(BANH MI LONG HOI) - 호안끼엠호수 산책
넷째 날(1/22) : 카페(Vie Coffee & Tea) - 쿠킹스쿨(하노이 로즈 키친 쿠킹 클래스) - 호텔에서 휴식 - 저녁식사(롯데리아) - 쇼핑(하노이 롯데마트)
다섯째 날(1/23) : 체크아웃 및 공항 이동 - 조식(Big Bowl)
'손잡고 해외여행 > 2024.01 하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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