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클래스에서 반쯤 기절해서 호텔로 돌아온 나는 두 시간 동안 푹 쉬고 난 후, 아이와 함께 '롯데마트'로 향했다.
하노이는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큰 쇼핑몰보다는 작은 슈퍼들이나 시장 상점들이 주를 이루었다.
각 가게마다 취급하는 상품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원하는 상품을 한 곳에서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차피 커피나 과자 정도만 구입할 생각이라 거창한 쇼핑까지는 필요 없었지만 그래도 또 둘러보다 보면 필요한 게(사실은 사고 싶은 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 하노이를 찾는 한국인들의 필수코스 '롯데마트'로 향했다.
롯데마트는 올드타운과는 조금 떨어져 있어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하필 퇴근 시간이 겹친 건지, 아니면 하노이도 원래 이렇게 교통체증이 심각한 건지 내비에서는 20분으로 표시된 거리를 40분 넘게 걸려 겨우 도착했다.
도로에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오토바이들이 경이로웠다.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데도 대열 사이에 꾸역꾸역 오토바이를 집어넣고 있었다.
그중 몇 대는 우리가 탄 택시를 긁고 지나갈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달렸는데도 불구하고 긁히지는 않았다.
동남아 사람들의 운전 실력은 정말 알아줘야 한다.
롯데센터에 도착한 뒤, 슬슬 허기가 져오길래 우선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먼저 하기로 했다.
음식점들을 둘러보는데 롯데마트가 있는 지하 한쪽에 반가운 롯데리아가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롯데리아라니 좀 웃기지만 아이도 나도 먹음직스러운 햄버거의 자태에 홀린 듯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https://maps.app.goo.gl/xcaXxwmAuCLisKKa6
아이는 치킨버거를 골랐고, 나는 김치 라이스버거를 골랐다!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의 김치 본능인가 보다.
아르바이트생이 영어가 전혀 되지 않아 주문하는데 애를 먹긴 했지만 손짓 발짓 삿대질로 겨우 주문을 마치니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
대망의 김치 라이스버거는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좀 기름지긴 했지만 오랜만에 먹는 김치라 그런지 온몸의 세포들이 김치를 쫙쫙 빨아 당기는 느낌이었다.
가격은 물가대비 좀 비싼 편이었다.
치킨버거세트와 김치라이스버거세트를 주문하고, 음료를 오렌지 주스로 바꿨는데 188,000동,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만 원 남짓이었다.
내가 주문한 라이스버거는 크기도 유난히 작아 단품으로 하나 더 시킬까 말까 고민했을 정도라 성인 남성이라면 세트 두어 개 정도는 주문해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또 로컬 식당에서 3-4천 원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나는 김치를 먹었다는 사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https://maps.app.goo.gl/GpaKnWLDp5ff6WvcA
김치 수혈까지 마치고 롯데마트로 들어가 본격적인 쇼핑에 돌입했다.
들어가자마자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길래 무슨 냄새인가 싶었는데 두리안이 놓여있었다.
우리는 숨을 참고 그 옆을 지나갔다.
롯데마트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꽤 넓은 편이었고, 특히 한국인들의 베트남 쇼핑리스트에 꼭 오르는 기념품들이 가득 놓여있었다.
나는 위즐커피와 베트남에 갈 때마다 사 오게 되는 ARCH CAFE 코코넛 카푸치노, 과자를 약간 사 왔다.
ARCH CAFE 코코넛 커피는 사실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인데 못내 아쉬워서 결국 장바구니에 담게 된다.
그렇다고 또 집에서 그렇게 즐겨 먹는 것도 아닌데.
쇼핑을 마치고 다시 택시를 불러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날 오전 비행기로 일찍 출발해야 해서 미리 짐정리를 시작하는데 옷걸이에 걸어놓은 옷을 하나씩 개켜 가방에 집어넣으면서 여행이 이렇게 또 끝나는구나 싶어 아쉬웠다.
여행의 마지막은 늘 아쉽다.
다음 날, 오전 5시 20분에 예약해 둔 택시가 도착했다.
오전 일찍 출발하는 거라 행여나 택시가 안 잡히면 큰 낭패를 볼 것 같아 클룩에서 미리 공항 샌딩 서비스를 예약해 두었다.
15,000원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었다.
운전기사는 여성분이었는데 영어로 의사소통하기는 힘들었지만 어차피 목적지가 정해져 있으니 문제는 없었다.
생수도 두 병 무료로 챙겨주셨다.
공항은 한산했다.
자주 이용하는 간사이공항에서는 낮 시간보다 오전 시간에 사람들이 붐비는 느낌이라 하노이에서도 만일을 대비해 여유를 두고 도착했는데 생각 외로 수속이 금방 끝났다.
아직 시간적 여유도 있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니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공항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시내에서 먹던 음식들을 공항에서는 3배 가까운 가격에 팔고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 달러로 계산하게 되어 있어 나처럼 달러가 없는 사람은 가게의 자체 환율로 계산된 금액을 베트남 동으로 지불해야 했다.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헉 했지만 아쉬운 대로 Big Bowl라는 쌀국수 전문점에서 식사를 했다.
https://maps.app.goo.gl/Ji893Yhv47gxZEHJ8
가장 기본인 쌀국수를 시켰는데 가격이 무려 우리나라 돈으로 12000원!
하노이에 와서 가장 비싸게 먹은 한 끼가 아닐까 싶다.
시내 가격보다 4배 비싸면 4배 더 맛있어야 인지상정이지만... 맛도 그냥 그랬다.
다른 음식점에서는 반미, 샌드위치 등 가벼운 음식들 위주로 팔고 있어 뜨끈한 국물을 원한다면 쌀국수가 괜찮은 선택이긴 하지만 역시 이 가격에 먹기에는 돈이 아까웠다.
아이는 매점 같은 곳에서 빵을 골랐는데 역시나 가격이 비쌌고, 맛은 그냥 그랬다.
빵순이인 나와 아이도 외면하고 말았다는...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의 식당을 이용할 생각이 있다면 우리처럼 오전 비행기가 아닌 이상 시내에서 식사를 하고 출발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공항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 아쉬웠다.
아이와 단둘이 떠나는 하노이 여행도 이렇게 막을 내렸다.
여행을 할 때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여행은 짧고, 여운은 긴 것 같다.
벽돌을 하나씩 쌓아 올리듯 견고하게 쌓여가는 아이와의 추억은 지치고 힘든 어느날, 안락한 집이 되어 우리의 쉴 곳이 되어주리라 굳게 믿는다.
🔽 베트남 하노이 여행기 모아보기
[일정]
첫째 날(1/19) : 오후 7시경 노이하이 공항 도착 - 공항에서 간식(파파이스)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둘째 날(1/20) : 하롱베이 투어 - 저녁식사(THU HUYEN)
셋째 날(1/21) : 카페(Vie Coffee & Tea) - 호치민묘소 - 호치민관저 - 점심식사(땀비) - 탕롱황성 - 기찻길 옆 카페 - 마사지(Kadupul Spa Massage) - 저녁식사(BANH MI LONG HOI) - 호안끼엠호수 산책
넷째 날(1/22) : 카페(Vie Coffee & Tea) - 쿠킹스쿨(하노이 로즈 키친 쿠킹 클래스) - 호텔에서 휴식 - 저녁식사(롯데리아) - 쇼핑(하노이 롯데마트)
다섯째 날(1/23) : 체크아웃 및 공항 이동 - 조식(Big Bow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