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은 아침부터 외출 준비에 바빴다.
조식을 간단하게(라고 말했지만 꽤 먹음...) 마치고, 미리 예약해 둔 실롬타이 쿠킹스쿨로 향했다.
아이가 가장 기대하고 있던 일정이기도 해서 아이 역시 아침부터 신나는 마음에 들떠 있었다.
https://maps.app.goo.gl/DBQB9QbkfQzdiyG2A
방콕 실롬타이 쿠킹스쿨은 하루에 세 타임 운영되고 있다.
오전 클래스(시장투어O) 08:30~12:30
오후 클래스(시장투어X) 13:40~17:00
야간 클래스(시장투어X) 17:40~21:00
네이버에서 실롬타이 쿠킹스쿨을 검색하면 여행사 사이트나 마이리틀트립 등의 예약 사이트가 쭉 나오는데 그때그때 저렴한 곳에서 예약을 하면 된다.
우리는 오전 클래스로 예약을 했는데 경쟁이 나름 치열했다.
오후와 야간 클래스는 아직 자리가 남아 있었지만 오전 클래스는 이미 마감된 날이 꽤 있었다.
여러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날 오전에 공석이 있는 곳에서 겨우 예약할 수 있었다.
시장투어를 할 수 있는 오전 클래스를 노린다면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아이를 동반할 경우, 만 6세 이상은 성인과 동일하게 단독으로 참가할 수 있다. (어떤 곳은 만 7세로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2023년 5월 기준, 아이의 나이는 만 5세.
동년 9월에는 생일이 지나 만 6세가 되었지만 나는 두 번 다 아이를 단독으로 참가시키지 않고 1+1으로 나와 같이 참여하기로 했다.
집에서 종종 식사준비도 도와주고, 일본에서도 요리교실을 다니고 있는 아이지만 사고가 염려되어 아이 혼자 단독으로 요리를 시키기가 불안했다.
내가 옆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봐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도 요리를 만들어야 하니 아이까지 신경 쓰기 힘들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강한 불과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어 결국 아이를 단독으로 참가시키는 건 그만두었다.
국내 사이트에서 예약을 마쳤으면 아이가 동행한다는 사실을 실롬타이 쿠킹스쿨 측에 전달해야 한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내거나 홈페이지 내 하단에 있는 입력폼에 내용을 기입해 전송하면 된다.
이름과 예약 날짜, 참가하는 클래스와 함께 아이가 동행한다고 적어 발송했다.
실롬타이 쿠킹스쿨에서 만들게 되는 메뉴는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요일 별로 메뉴가 조금씩 상이하다.
나는 무조건 그린커리를 만들어 먹겠다고 굳게(?) 다짐했기 때문에 고민 없이 토요일로 예약했다.
⬇️실롬타이 쿠킹스쿨 공식 홈페이지
요일별 메뉴를 확인할 수 있고, 하단 입력폼으로 메일발송이 가능하다.
https://www.silomthaicooking.com/2018/main/index.php#menu
실롬타이 쿠킹스쿨은 호텔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8시쯤 출발하여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 가판대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으니 8시 20분이 좀 안 되어 도착했다.
입구부터 태국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왔다.
집합시간인 8시 30분이 될 때까지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기다렸다.
그러나 어딜 가도 빌런은 있는 법.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우리 한국사람들...
이곳에 두 번 방문하면서 지각한 사람들은 죄다 한국인이었다.
집합시간에 절대 늦지 말라고 환불불가에 취소처리된다고 적혀있는데도 어김없이 늦는 사람들이 있다.
이곳에 참가하는 사람 절반 가까이가 한국인이라 유난히 지각이 눈에 띄는 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인, 중국인, 서양인들이 늦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쿠킹스쿨뿐만 아니라 다른 투어에 참가했을 때도 꼭 한국사람들만 늦는다(...)
결국 9시 좀 넘어서 사람들이 다 모인 후에나 시장투어를 출발하게 되었는데 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낭비된 30분이 아깝게 느껴졌다.
초행길이니 10분 정도 늦는 거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30분씩 늦는 건 의지의 문제가 아닌가...?
모두를 배려해 먼저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손해 보는 기분이다.
본인의 30분 지각으로 인해 나머지 10명의 30분, 즉 300분이 낭비되었다는 걸 알고 있긴 할까.
우리 한국인들, 약속 시간은 꼭 좀 지킵시다!
기분 좋게 여행하자고 마음을 다 잡고 시장투어에 나섰다.
시장투어를 나서기 전, 바구니와 물 한 병씩을 나누어 주었는데 다들 똑같은 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향하는 모습이 퍽 귀엽게 느껴졌다.
https://maps.app.goo.gl/d9wjdsNJgv2UY4927
대부분 태국인 손님들이 이용하는 찐 로컬 시장이었다.
좁은 골목 사이에 상점들과 가판대가 늘어서 있고, 아침부터 장을 보는 사람들 사이로 오토바이와 차들이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선생님을 따라 해산물가게, 야채가게, 정육점 등을 돌아보는데 이때 구입한 식재료는 모두의 바구니에 조금씩 나누어 들게 했다.
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법이나 좋은 식재료를 고르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주어 더욱 재미있었다.
과일을 시식해 보라고 나누어 주시기도 했다.
일본과는 사뭇 다른 태국 시장의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아이는 연신 나에게 질문을 해댔다.
시장투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짐을 락커에 넣고, 한 장씩 배급받은 앞치마를 입고 손을 깨끗이 씻은 후, 큰 테이블에 모였다.
테이블에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테이블 가득 놓여있었다.
본격적인 식재료 설명에 들어갔는데 단순히 설명뿐만 아니라 식재료들을 만져보고, 반으로 쪼개 냄새도 맡아보고 맛도 보았다.
영어를 잘 모르는 아이도 열심히 만져보며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시장투어에서나 쿠킹스쿨에서나 설명은 전부 영어로 진행된다.
간단한 영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식재료는 한국어로도 알려주니 영어를 잘 못 하는 사람들도 큰 문제없이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전혀 못 알아들어도 어차피 요리 수업이기 때문에 눈치껏 옆 사람 하는 걸 보면서 따라 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만든 요리는 이렇게 다섯 가지.
1. 똠양꿍
2. 새우 팟타이
3. 쏨땀 (파파야 샐러드)
4. 그린 커리
5. 망고 스티키 라이스
이 중 1~4번까지는 재료 손질부터 우리가 직접 요리했고, 5번 망고 스티키 라이스는 선생님께서 요리법만 설명해 주신 후, 우리가 다른 요리를 만드는 사이에 완성시켜 내어 주셨다.
그린 커리는 추가로 고추를 넣지 않는다 해도 기본적으로 페이스트에 어느 정도 매운맛이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주지 않았고, 대신 아이는 팟타이랑 망고를 신나게 먹었다.
망고 스티키 라이스를 제외한 요리들은 매운맛을 내는 재료들의 양을 가감하여 기호에 맞춰 맵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아이는 내 우려와는 달리 칼질을 비롯하여 재료를 웍에 투하하거나 섞는 것까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는 매운 재료를 손질하거나 완성된 요리를 그릇에 옮겨 담는 정도라 오히려 내 쪽이 주방보조 같은 느낌이었다^^;
선생님께서도 아이에게 일부러 이것저것 임무를 주어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 주셨는데, 덕분에 아이는 두고두고 굉장히 뿌듯해했다.
그 뒤로도 태국 요리교실에 또 가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 번 꺼냈었다.
(실제 9월에도 한 번 더 방문했다!)
완성된 요리들도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맛이 좋았다.
내 취향대로 만들어서 그런가 이곳에서 먹은 그린커리가 지금까지 먹어본 그린커리 중에 가장 맛있었다! (인생 그린커리 등극!)
팟타이 역시 내가 자주 가는 태국요리점이 있는데 그곳의 팟타이와 거의 흡사한 맛이 났다.
너무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똠양꿍의 얼큰한 국물도 정말 좋았다.
산미를 조절할 수 있어 나는 좀 덜 시게 만들었더니 내 취향에 딱이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사 먹으려면 돈깨나 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왠지 돈 번 것 같았다ㅋㅋㅋ
스티키 라이스는 밥에서 단 맛이 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법한데 나는 평소 집에서 약밥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달짝지근한 밥을 잘 먹기 때문에 맛있게 잘 먹었다.
아이는 아무래도 달고 찐득찐득한 밥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잘 익은 망고는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쏨땀은 내 취향이 아니라 밖에선 잘 사 먹지 않지만 여기서는 직접 만들어 그런지 맛있게 먹었다.
고추로 맵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나는 아이를 위해 맵기 0으로 했는데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2나 3 정도로 하는 것 같았다.
2만 되어도 혀가 살짝 얼얼하고 매콤한 맛이 꽤 강하게 났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를 다 마치고, 수업도 마무리되었다.
선생님께서 타이 요리 레시피북과 기념품(코끼리모양의 귀여운 파우치)을 선물로 주셨다.
아이에게는 특별히 파우치를 두 개 선물해 주셨다.
아이는 돈 내고 참가한 것도 아닌데 마지막까지 이렇게 챙겨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
아이와 손을 잡고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요리를 주제로 신나게 얘기를 나눴다.
서로에게 쿠킹스쿨에 대한 감상평도 들려주었는데,
나는 맛있는 요리를 양껏 먹을 수 있어 좋았고, 아이는 엄마에게 요리를 만들어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가끔은 나보다 아이가 철이 더 든 것 같다^^;
시장투어부터 식재료 공부, 요리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알차게 보낸 4시간이었다.
거기다 맛있는 음식들로 배까지 든든하게 채우니 더 바랄 것이 없다.
앞으로도 방콕을 찾게 되면 쿠킹스쿨은 꼭 다시 찾겠다고 다짐했다.
🔽 태국 방콕 여행기 모아보기
[일정]
첫째 날(5/11) : 오후 2시경 수완나품 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아속역 터미널21 쇼핑&식사 - 고메마켓
둘째 날(5/12) : 실롬타이 쿠킹스쿨 - 호캉스(이스틴 그랜드 사톤) - 방콕 시내관광(마사지, 로빈슨 백화점, 아이콘시암, 쑥시암)
셋째 날(5/13) : 짜뚜짝시장 - 아마존커피 - 애완동물시장 - 방콕 어린이 디스커버리 박물관 - 시암파라곤 - 호캉스(이스틴 그랜드 사톤)
넷째 날(5/14) : 메가방나(하버랜드, 애프터유 빙수, 더 피자컴퍼니) - 호텔에서 휴식 - 체크아웃 및 공항 이동
다섯째 날(5/15) : 새벽 항공편으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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