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조식을 마치고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다.
새벽 비행기에 탑승할 예정이기 때문에 넷째 날인 오늘이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었다.
돌아가는 비행편은 00시 55분 출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새벽 2시 55분이라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스러웠다.
어른인 나야 어떻게든 졸음을 버틸 수 있겠지만 아이가 새벽 3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한참의 고민 끝에 공항과 가까운 메가방나에서 시간을 보내고, 공항에 가기 전까지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도록 공항 근처의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했다.
https://maps.app.goo.gl/7TjvY4ciUc5WZqyx5
⬇️메가방나 샵 리스트
https://www.mega-bangna.com/en/store-guide
메가방나 쇼핑몰은 교외라 그런지 규모가 확실히 방대했고, 입점된 점포도 정말 많았다.
내부에 영화관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목표는 두 곳.
바로 태국의 키즈카페 하버랜드와 애프터유 빙수였다.
하버랜드는 방콕 시내(아이콘시암, 로빈슨 백화점)에도 있지만 구경거리가 많은 방콕 시내에서 키즈카페를 방문하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메가방나의 하버랜드는 '메가 하버랜드'로 타 지점보다 규모가 크고 놀거리가 많아 이왕 놀 거면 이곳에서 노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이콘시암 하버랜드보다 입장료도 더 저렴했다.
https://maps.app.goo.gl/1GbGUN45SDQv4vn89
입장료는 아이가 480바트(약 18,000원), 보호자 어른이 180바트(약 6,800원)였고, 2시간 30분 동안 이용가능하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반드시 미끄럼 방지 양말을 착용해야 하는데 하버랜드 전용 양말을 구입해야 한다.
개당 60바트(약 2,200원. 비싸다!)로 어른용과 아이용을 하나씩 구입했다.
두 사람의 입장료와 양말까지 구입하고 나니 거의 3만 원이 들었기 때문에 결코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놀거리가 정말 많아 줄곧 1:1 육아 전담을 했던 나는 장소를 이동할 때를 제외하곤 앉아서 쉴 수 있어 편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처럼 아이는 놀려 놓고 앉아서 쉬고 있는 부모들이 많았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한 마음인가 보다. 하하
우리에게는 캐리어가 하나 있었는데 메가방나 쇼핑몰 락커가 있다는 글을 보고 나도 락커에 넣어둘까 고민하다가 사람이 많은 걸 보니 락커도 이미 다 차지 않았을까 싶었고 어차피 든 것이 별로 없어서 그냥 끌고 다니기로 했다.
하버랜드에서는 신발과 짐을 넣는 락커 쪽 한편에 유모차와 캐리어를 놓을 수 있었다.
락커는 열쇠를 사용하지만 캐리어는 따로 보안장치 없이 그냥 세워두는 것이기 때문에 고가의 물건이나 잃어버려서는 안 되는 물건이 있다면 락커에 옮겨 열쇠로 잠글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 입장했다고 해서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지만 드라이빙 스쿨, 범퍼 배틀 등 일부는 추가 요금을 내야 했다.
그렇지만 입장권에 포함된 시설물들만 돌아도 2시간 반이 부족할 정도라 굳이 추가를 안 해도 될 것 같다.
또 JumpZ라는 트램펄린들이 쫙 펼쳐진 공간이 있는데 이곳 역시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이곳은 입장료 자체를 따로 받는데 하버랜드 메가방나와 함께 티켓팅을 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표를 구입할 수 있다.
하버랜드 2.5시간 + JumpZ 2시간 이런 식으로 묶어서 이용이 가능하다.
하버랜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끄럼틀의 경사였는데 아이들이 타는 거 치고 높이도 상당히 높고 스피드도 빨라 깜짝 놀랐다.
어른인 나도 무서워서 못 탈 것 같다.
그런데도 쪼그마한 애들까지 쉴 새 없이 오르내리며 미끄럼틀을 타는 걸 보고 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아이를 강하게 키우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버랜드에서 신나게 놀고 난 후, 우리는 애프터유 빙수를 먹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줄이 많이 길었다!
번호표를 받고 나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것 같다.
체인점이라 방콕 시내에서도 자주 보였는데 거기서 먹어뒀음 좋았을걸.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루해하는 아이를 데리고 쇼핑몰 구경을 하다가 레고 전문점에 들어갔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게 체험 코너가 있었는데 보아하니 직원들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라 내 차례가 올 때까지 아이를 이곳에서 놀렸다.
나는 중간중간 애프터유에 왔다 갔다 하면서 순번을 체크했다.
드디어 대망의 애프터유!
평소에도 줄 서는 걸 싫어해 한국이나 일본이었으면 바로 포기했겠지만 태국까지 왔는데 애프터유 빙수는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리고 먹어보니...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 준 스티키라이스가 들어간 망고 빙수를 골랐는데 생각보다 더 맛있었다.
밥과 빙수가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니!
아이는 망고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런지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맛있는 저녁을 사주기로 약속하며 미안한 마음을 뒤로하고 아이 몫까지 내가 싹싹 긁어먹었다.
쇼핑몰을 조금 더 구경하다가 슬슬 식사 시간이 되어 들어간 곳은 컴퍼니 피자 (The company Pizza).
지하철에서도 컴퍼니 피자 광고가 나왔고, 택시를 타고 오가면서도 체인점이 많이 보였기 때문에 안 그래도 맛이 궁금했었다.
마침 메가방나 안에도 점포가 있길래 고민 없이 들어갔다.
심플한 피자 하나와 파스타를 하나 시켰다.
피자는 전적으로 아이 취향에 맡기고 나는 매운 음식이 먹고 싶어 매콤한 아라비아따 소스의 파스타를 주문했다.
피자와 파스타, 둘 다 성공적이었다!
아이는 평소에 피자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도 너무 맛있다면서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파스타도 입안이 얼얼할 만큼 매웠는데 그 매콤함이 피자의 느끼한 맛을 잡아줘서 나도 평소보다 과식을 했다. (핑계)
빙수를 먹은 후라 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역시 디저트 배는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가격은 딱히 저렴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필리핀에서나 태국에서나 깨끗하고 넓은 쇼핑몰에서 식사하면 한국 물가의 70~80% 정도의 비용이 나오기 때문에 한국보다 조금 저렴하게 식사하는 정도인 것 같다.
파스타 소스까지 싹싹 비운 우리는 공항 근처에 예약해 둔 호스텔로 향했다.
https://maps.app.goo.gl/FpzJpKktkwQDGf6N6
베스트 베드 수완나품 호스텔이라는 곳이었다.
어차피 숙박할 것은 아니고 공항에 가기 전 쉬는 용도로 두세 시간 정도 이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딱 위생과 공항접근성만 따졌다.
요금은 1박 요금을 지불했는데 한화로 2만 5천 원 정도였다.
호스텔이라 화장실이 내부에 있지는 않아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해야 했다.
한 층에 룸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객실에는 딱히 뭐가 구비되어 있지는 않지만 잠만 자는 숙소로 이용하기에는 괜찮았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잘 돌아갔고, 베드버그가 걱정되어 침대 주변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는데 침구도 뽀송뽀송하고 깨끗해 안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두 시간가량을 쉬다가 양치와 세안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한 다음, 그랩을 불러 공항으로 향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라 그랩이 안 잡힐까 걱정되었지만 주변에 검색되는 택시가 꽤 많아 바로 탑승할 수 있었다.
역시 동남아 답게 새벽 비행기가 많아서 그런지 공항이 미어터졌다.
밤 12시 55분 비행 편이었는데도 우리가 도착한 9시 30분에 이미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줄을 서있었다.
이 정도면 항공사에서도 카운터를 좀 빨리 열어서 발권을 시작해야 될 것 같은데 항공사 직원들은 늘 있는 일이라 그런지 태연했다.
태국여행 중 가장 지치는 순간이었다.
현지 시간 11시, 한국시간으로 새벽 1시가 넘어가면서 아이가 졸기 시작했다.
20kg가 넘는 아이를 안아서 재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줄 서 있고 아이 혼자 벤치에서 재우자니 마음이 불안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캐리어 위에 위태롭게 앉혀 조금 쉬게 했는데 그 상태로는 잠을 잘 수가 없으니 내가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고 놀아주어야 했다.
나도 여행으로 피곤한 상태에 시간도 이미 새벽이다 보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남편이 함께 왔으면 아이를 안아주거나 벤치로 데려가 아이를 재워줬을 텐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아이 단 둘이서 새벽 비행기를 타는 건 쪼금 힘들었다.
(그래도 다음에도 감수하고 가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겠다.)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아이는 피곤했는지 곯아떨어졌고 그대로 6시간 동안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나도 숙면까지는 아니지만 쌓인 피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었고, 지금도 그때의 사진과 동영상을 돌려보며 이야기를 나누곤 하니 이 정도면 성공적인 여행이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비행시간이 긴 걸 싫어하는 아이에게서
'6시간 정도면 괜찮다'는 말이 나왔으니 이제 갈 곳이 더 많아졌다😆
(그 뒤로 한국에 다녀오는데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비행시간을 두고 아이가 '이 정도면 정말 가깝다'라고 했다.)
아이와 엄마, 단 둘이 떠나는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포에버!!)
작성날짜를 기준으로 2주 뒤에 떠나는 제3탄 베트남 하노이도 부디 즐겁고 행복한 추억들로 가득 찼으면 하는 바람이다😍
🔽 태국 방콕 여행기 모아보기
[일정]
첫째 날(5/11) : 오후 2시경 수완나품 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아속역 터미널21 쇼핑&식사 - 고메마켓
둘째 날(5/12) : 실롬타이 쿠킹스쿨 - 호캉스(이스틴 그랜드 사톤) - 방콕 시내관광(마사지, 로빈슨 백화점, 아이콘시암, 쑥시암)
셋째 날(5/13) : 짜뚜짝시장 - 아마존커피 - 애완동물시장 - 방콕 어린이 디스커버리 박물관 - 시암파라곤 - 호캉스(이스틴 그랜드 사톤)
넷째 날(5/14) : 메가방나(하버랜드, 애프터유 빙수, 더 피자컴퍼니) - 호텔에서 휴식 - 체크아웃 및 공항 이동
다섯째 날(5/15) : 새벽 항공편으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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