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 날, 평소 같았으면 늦은 시간까지 뒹굴거렸을 것이지만 조식 뷔페가 10시까지라 그럴 수 없었다.
클럽라운지에서 조식을 먹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남편과 아이를 깨워 클럽라운지로 올라갔다.
아침부터 나하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라운지에 앉아 식사를 하니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남이 만들어 준 거라 그런지 더 좋았다!)
오믈렛과 빵, 요거트 등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쇼핑을 위해 T갤러리아에 방문했다.
호텔에서 T갤러리아까지는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약 15분, 도보로 이동하면 30분 정도였는데 우리는 소화도 시키고, 거리도 구경할 겸 걸어서 이동했다.
오키나와의 면세점에서는 외국인은 물론, 일본 내에 거주하는 사람들도 면세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다.
(단, 샤넬과 루이뷔통 같은 일부 브랜드는 면세 적용이 안된다.)
그래서인지 일본사람들의 여행후기를 보면 오키나와로 여행 가는 시기에 맞춰 이곳에서 면세를 받고 득템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T갤러리아에는 웬만한 명품 브랜드는 거의 다 입점이 되어 있는데 매장이 널찍한 구찌를 제외하고는 상품들이 그다지 많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인기 상품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 상품이 금방 품절되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웃렛처럼 비인기 색상이나 선호가 덜 한 사이즈만 남아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
오키나와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 긴팔 셔츠를 입고 있던 남편은 반팔 티셔츠를 사서 당장 갈아입고 다니겠다며 전투적으로 티셔츠를 찾아다녔다.
입점된 매장을 거의 다 돌고 나서야 티셔츠를 하나 골랐다.
어느 디자이너 브랜드였는데 브랜드명은 기억이 안 나지만 티셔츠 한 장에 20만 원이나 했다.
탐탁지는 않았지만(ㅋㅋ) 계산대로 가져가 구입의사를 밝히고, 사이즈 확인을 위해 착용을 해보았다.
누가 봐도 사이즈가 안 맞았다.
남편은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 최소 XL사이즈를 입어야 하는데 이 옷은 가장 큰 사이즈가 L로, 딱 봐도 어깨와 가슴이 타이트해 불편해 보였다.
그러나 이미 그 티셔츠에 꽂혀버린 남편이 이 티셔츠를 꼭 사야겠다길래 직원분께 착용한 상태로 나가겠다고 말하고 계산을 하려 했다.
하지만 직원분께서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모두 면세품이기 때문에 공항에서나 상품을 수령할 수 있고 오키나와 내에서는 개봉이 불가하다고 했다.
사이즈도 잘 안 맞지 않는 데 당장 입을 수도 없다고 하니 남편의 구매의욕이 한풀 꺾였다.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이번에는 그냥 포기하고 여행 끝나고 돌아가면 매장을 더 둘러보고 사는 걸로 하자고 꼬드겼고, 남편은 결국 쇼핑을 포기했다.
이렇게 T갤러리아에서의 쇼핑은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다음 일정인 오키나와 월드로 향했다.
오키나와 월드까지는 모노레일이 없기 때문에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버스 간격이 길기도 하고, 특히 T갤러리아에서 출발하려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되므로 우리는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로는 25분 남짓이었다.
참고로 우리는 오키나와 월드에서 호텔 근처의 국제거리로 되돌아갈 때에도 택시를 이용했는데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왕복으로 택시비가 7천엔 정도 들어가긴 했지만 몸이 정말 편안했다.
지난번에 오키나와에 여행 왔을 때는 아이가 어려 렌트를 했었는데 남편이 운전한 기억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던 것이 기억나 이번에는 렌트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모노레일과 떨어진 관광지를 방문하려면 절약(버스)vs편안함(택시)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세 명 다 꿀잠을 자면서 체력보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편안함을 택한 것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었다.
https://maps.app.goo.gl/ee3gDfRwbXzcxFVQA
- 영업시간 : AM9:00~PM17:30 (티켓구매는 16시까지 가능)
- 요금 : 성인 2000엔, 소인(만 4세~만 14세) 1000엔, 만 4세 미만은 무료
오키나와 월드(おきなわワールド)는 오키나와의 정취를 집약적으로 느낄 수 있는 테마파크로, 테마 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들이 있는 곳이다.
가장 먼저 들어간 곳은 하브박물공원.
여기서 '하브'는 오키나와 하브뱀을 의미하기 때문에 뱀 박물관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박물관 안에 들어서니 박제된 뱀들과 건강주가 되어버린 뱀들이 우릴 반겨주었다.
내부가 좀 어두컴컴해서 아이는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야외로 나오니 박쥐부터 육지거북, 그리고 이곳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몽구스를 직접 볼 수 있는 작은 공원이 있었다.
또 뱀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도 있었는데 입이 묶여 있고, 선생님도 옆에 계셔 안심이 되었다. (백 퍼센트까진 아니지만😂)
남편과 아이는 필사적으로 거부했고, 결국 나만 만져봤는데 미끄덩 거릴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사실 나도 뱀이라면 질색이지만 예상외의 부드러운 촉감에 한 세 번 정도 만진 것 같다.
만지고 싶은 피부결...?
그다음 이동한 곳은 교쿠센도(玉泉洞)라는 동굴이었다.
이런 곳에 왠 뜬금없는 동굴이지 싶어 큰 기대 없이 들어갔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환상적인 광경에 넋을 놓고 봤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신비하게 느껴졌다.
오키나와에는 종유석 동굴이 600곳 이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이곳 교쿠센도는 규모가 가장 크다.
무려 30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 하는데 동굴의 길이는 약 5천 미터로 관람객을 위해 공개된 부분이 그중 890미터라고 한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천천히 둘러보았더니 출구까지 약 40분 정도 걸렸다.
밖으로 나오니 다른 세상에 있다가 나온 것 같아 잠시동안 얼떨떨했다.
일상 속 비일상이었다.
이번에는 열대과일이 심어져 있는 야외 식물원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열대과일이 자란다니 왠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실제로 파인애플이라든지 구아바 등 다양한 열대과일들이 눈앞에서 자라고 있었다.
식물원에서 나오자 여러 가지 체험들을 해볼 수 있는 시설이 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기다란 막대에 액화유리를 붙여 유리잔을 만드는 광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이는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보석을 갖고 싶다면서 진주 수확 체험을 골랐다.
5분 정도의 간단한 체험이었는데 조개를 고르고, 그 안에 들어있는 진주를 핀셋으로 찾아 꺼내는 방식이었다.
-체험가격 : 800엔
아이는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본격적으로 핀셋을 들어 진주를 찾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진주를 꺼냈는데 나도 실제로 진주를 수확하는 모습은 처음 본 거라 내가 더 호들갑을 떨었다🤣
수확한 진주는 조개껍데기와 함께 비닐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참고로 이 진주는 진짜 진주라고 한다! (양식이긴 하지만)
그다음은 오키나와 월드의 명물 쇼 '하브뱀과 몽구스 쇼'를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향했다.
미리 도착해 가장 앞 중앙 자리에 앉았는데 눈앞에서 묶여 있지 않은 뱀을 보니 스릴이 더 넘쳤다.
혹시 뱀이 돌발행동을 한다면 희생양은 내가 되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이 쇼의 메인 공연은 몽구스와 하부뱀이 물속에서 수영 대결을 하면 누가 이길까 하는 다소 깜찍한 내용이었는데 사실 몇 년 전까지는 몽구스와 하부뱀을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결투를 벌이는 끔찍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직원분말로는 동물보호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지금의 평화로운 공연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남편은 쇼가 바뀌기 전에 왔어야 한다며 아쉬워했지만 나는 바뀐 후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쇼까지 보고 나니 어느덧 폐장시간이 되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알차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여행일정을 짤 때는 입장권 가격이 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볼거리가 정말 잘 되어 있어서 돈이 아깝지 않았다.
또 오키나와 월드 내부의 음식점도 상당히 괜찮았는데,
메뉴는 단출하지만 오키나와 소바와 텐동도 맛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음식 가격이 꽤 괜찮았다.
친구들로부터 용인 민속촌의 악명 높은 음식 가격에 대해 익히 들어왔던지라 이곳도 관광지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일반 음식점의 가격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우리가 이곳에 머문 시간은 총 3시간 30분 정도.
꽤 넉넉하게 시간을 썼다고 생각했는데도 좀 더 일찍 올 걸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음에 오게 되면 그때는 둘러보지 못했던 곳들도 여유롭게 둘러보고, 다른 체험들도 해보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
🔽 일본 오키나와 여행기 모아보기
[일정]
첫째 날(1/20) : 오후 3시 반 경, 나하공항 도착 - 호텔 체크인 - 호캉스(하얏트리젠시 나하 오키나와) - 국제거리 산책(블루씰 아이스크림 먹기, 기념품 사기)
둘째 날(1/21) : 호텔 조식 - T갤러리아 - 오키나와월드 - 국제거리 산책(88스테이크하우스) - 호캉스(하얏트리젠시 나하 오키나와)
셋째 날(1/22) : 호텔 조식 - 호캉스 - 나하공항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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