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홋카이도 여행의 일정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내가 주도적으로 계획했다.
친구들의 희망사항을 모아 일정을 짰는데 그중 한 친구가 어디선가 일본의 '킷사 (喫茶)'를 봤다며 한 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마침 호텔 조식을 신청해두지 않은 터라 오픈 시간이 이른 킷사텐에서 아침을 먹어도 괜찮겠다 싶어 호텔 주변의 킷사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킷사텐, 혹은 킷사라고 불리는 이곳은 일본의 옛 레트로 감성이 남아있는 카페이다.
우리나라 다방과 언뜻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일본 킷사텐에서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고, 분위기도 조용하다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
(일반음식점과 킷사텐의 영업허가 기준이 각각 다른데 비교적 따기 쉬운 킷사텐의 영업허가를 받으려면 알콜류를 판매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는다.)
킷사텐은 요즘 젊은 층이 필수로 찾는 와이파이나 콘센트도 없고, 사람에 따라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서 젊은 층의 손님은 찾아보기가 힘든 편이다.
내가 종종 가는 집 근처의 킷사텐만 봐도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 손님이 대부분인데 담배를 태우고 신문을 보며 커피를 곁들이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킷사텐은 흡연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를 동반하거나 비흡연자의 경우, 금연으로 지정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나포함 친구들 모두 비흡연자라 흡연이 금지된 곳 위주로 알아봤다.
종종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의 좌석이 나누어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흡연구역의 문을 여닫을 때 담배 냄새가 훅 풍겨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담배 냄새에 민감하다면 이런 곳도 피하는 것이 좋다.
https://maps.app.goo.gl/8tWTri2YtPwspmiLA
札幌新倉屋 本店
영업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30분
(토요일은 오전 10시 ~ 오후 6시 30분, 정기휴무 없음)
그렇게 고르고 골라 찾아간 곳은 바로 '니구라야 (新倉屋)'.
간판부터 레트로 느낌이 물씬 풍겨 나왔다.
먼저 메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일본의 카페와 킷사텐에는 '모닝(일본어로는 모닝구🤣)'이라는 조금 특별한 메뉴가 있다.
맥도날드의 오전 메뉴인 맥모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카페별로 정해 놓은 오전 시간대에 방문하면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함께 간단한 아침식사가 제공된다.
커피와 토스트, 삶은 계란이 정석인데 여기에 샐러드를 주는 경우도 있다.
내가 가끔 가는 우리 집 근처의 한 킷사텐의 경우, 오전 10시까지 모닝 메뉴를 주문하면 커피 한 잔 가격에 토스트가 무료로 딸려 나온다.
우리가 방문한 니구라야에는 조금 더 특별한 메뉴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떡!
꼬치에 끼운 일본식 떡, 당고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모닝세트(커피와 샐러드+삶은 계란 반쪽, 토스트) 2개에 음료 단품, 그리고 당고 여러 종류와 일본식 팥죽을 추가로 주문했다.
팥죽 역시 킷사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뉴이다.
식사대용 격인 우리나라의 팥죽과는 달리 일본의 팥죽은 디저트의 개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팥죽에 비해 맛이 상당히 단 편이고, 걸쭉하지도 않다.
그래서 한국식 팥죽을 기대하면 많이 달라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일본식 팥죽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팥알이 그대로 살아있는 젠자이(ぜんざい)와 다른 하나는 팥알을 다 갈아서 만든 오시루코(おしるこ)이다.
맛의 차이는 크게 없고, 입자가 있느냐 없느냐 정도의 차이다.
우리가 주문한 건 오시루코였다.
이곳에서 내가 가장 먹어보고 싶었던 메뉴는 다름 아닌 일본식 꼬치 떡, 당고였다.
이곳의 당고가 워낙 평가가 좋아 그 맛이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쫀득한 식감부터 위에 올라간 색색의 달짝지근한 앙금들까지 흠잡을 곳 없이 훌륭했다.
친구들의 평가 역시 아주 좋았다.
당고의 종류는 총 일곱 가지였는데 우리는 말차(抹茶, 맛챠)와 백앙금(白あん, 시로앙), 흑임자(ごま, 고마), 그리고 간장(しょうゆ, 쇼유)을 주문했다.
네 가지 모두 대성공이었다!
킷사텐의 레트로 감성을 만끽하며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고, 신나게 수다를 떠니 참 즐거웠다.
매일 아침, 아이 등원 준비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가 모처럼 맞는 여유로운 오전 식사시간이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당고를 더 집중적으로 먹을 것을 다짐하고, 오타루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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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첫째 날(1/12) : 오후 12시경 신치토세 공항 도착 - 공항에서 점심식사(카이센동&텐동)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삿포로 시내관광 - 저녁식사(징기스칸)
둘째 날(1/13) : 조식(킷사텐 니구라야) - 오타루로 이동 - 점심식사(사와사키수산) - 오타루 운하 주변 산책 및 기념품 구입 - 르타오 카페 - 오르골당 - 저녁식사(ISO) - BAR(Duomo Rosso)
셋째 날(1/14) : 조식(CAFE RANBAN) - 삿포로 맥주박물관 - 쇼핑몰 아리오 쇼핑 - 점심식사(돈카츠 와코) - 롯카테이 본점 - 저녁식사(스프카레 옐로우)
넷째 날(5/14) : 호텔 조식 - 체크아웃 및 공항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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