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주도 햇수로 언 12년 차가 되었다.
그 사이 일본에서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캐시리스(Cashless)가 아닐까 싶다.
일본은 답답할 정도로(!)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나라라 한국처럼 현금 없이 덜렁 신용카드 한 장으로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었는데...
완전히는 아니지만 오기는 왔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곳에서 신용카드와 QR코드(한국의 삼성페이처럼 일본에서는 PayPay나 메루페이, 라쿠텐페이, 라인페이 등을 주로 사용한다)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이 많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현금 없는 일본 여행도 가능할까?
내 대답은 No다. (...)
여행 경비의 일부는 반드시 현금으로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트래블월렛 카드를 준비한다면 현지에서 현금 인출도 가능하고, 카드사용 가능한 곳에선 체크카드처럼 결제가능하기 때문에 유용할 듯하다.
백화점이나 큰 규모의 쇼핑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돈키호테나 로프트 등), 전국구 규모의 레스토랑 체인점들과 카페 체인점, 편의점, 중형급 이상의 마트에서는 거의 99%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업체별로 정책이 다른데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저렴한 규동 체인점인 요시노야의 경우, 어딜 가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장이 많지만 QR코드나 현금 결제만 가능하고 신용카드는 안 받는다!)
그 외의 체인점 몇 개 수준의 음식점부터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작은 음식점이나 개인 카페에서는 카드결제가 대부분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야타이(屋台)라고 부르는 포장마차 역시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타베로그에서 기껏 현지인 맛집을 찾았는데 현금이 없어서 못 먹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외국인이 자주 찾는 일부 드럭스토어에서도 카드결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카드 결제를 하고 싶다면 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담기 전에 카운터에서 확인부터 하는 것이 좋다.
도쿄는 수도라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듯한데 제2의 도시 오사카만 와도 카드가 안 되는 곳들이 은근히 있고, 후쿠오카나 홋카이도, 오키나와 같은 핫한 여행지에서도 역시 카드를 쓸 수 없는 곳이 꽤 많았다.
일단 중심가를 비켜나 한적한 곳이라면, 가게 외관이 좀 연식이 있어 보인다면, 요리하시는 분이나 종업원이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라면 높은 확률로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카드결제하는 우리나라와 대조된다.
그렇기 때문에 카드만 가져갈 경우, 카드결제가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한다.
번거롭기도 번거롭지만 카드가 된다고 하더라도 계약된 카드사가 아니라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기면 당혹스러울 것이다.
(나는 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사용하는데 업체에서 VISA나 마스터만 계약되어 있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는 계약을 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내 카드를 내밀어도 승인거부가 뜬다.)
여담으로 반대로 왜 이런 곳에서 카드가 되지? 싶은 곳들이 있다.
우선, 우체국에서 우표 구입할 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환금성이 있는 자산으로 여겨 카드구입이 불가능했는데 지금은 가능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야 카드가 익숙해서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일본 같은 아날로그 국가에서 우표를 신용카드와 QR코드로 살 수 있다니?!
게다가 일본은 여전히 우표를 많이 사용해 아직도 환금성이 있는데... 좀 신기했다.
그다음은 복권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현금 구입만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일본에서는 무려 신카로 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복권판매점에 따라 현금만 가능한 곳도 있긴 하다.)
이상한 데에서 카드결제가 되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ㅋㅋ
나도 얼마 전 카드로 복권을 사면서,
'그럼 한도까지 복권을 사서 당첨된 후 나중에 카드값을 갚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당첨이 안 된다면 지옥행이겠지만...
아무튼 한국 발행 신용카드를 비롯해 한국의 카카오페이나 토스페이 등도 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많이 나오는데 이것만 믿고 현금을 안 챙겨가는 일은 없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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