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충동적으로 베트남 하노이행 항공권을 발권했다.
대만이나 홍콩을 짧게 다녀올까 하는 생각은 종종 했었지만 뜬금없이 베트남으로 낙점되었다.
게다가 스카이스캐너를 열고 일정을 조정하여 발권하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비행시간이 너무 좋아서.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는 새벽비행기가 많은 편이라 아이와 단둘이 동행할 때는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한다.
간사이 국제공항 기준으로 하노이까지 갈 때는 6시간, 올 때는 4시간 소요되는데 차라리 올 때 6시간이면 비행기에서 푹 잠이라도 잘 텐데 귀국행 비행기 4시간은 나도, 아이에게도 애매했다.
자고 일어나도 새벽이라니 둘 다 하루종일 피곤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마침 운명처럼
하노이행 점심출발 항공편 - 간사이행 오전출발 항공편을 발견한 것이다!
그때부터 팍팍 엔도르핀이 돌면서 내가 하노이에 가야 하는 이유를 갖다 대기 시작했다.
16년 전, 난생처음으로 다녀온 해외 여행지가 바로 하노이였는데 그때를 추억하면서 좋았던 점들을 아이와 함께 하고 공유하고 싶다는 것.
수년 전 다낭을 갔을 때 그 어떤 베트남 요리보다도 맛있게 먹었던 '반쎄오'를 아직도 못 잊고 있다는 점.
여행날짜는 1월 19일부터 5일간.
같은 달 15일에 나흘간의 홋카이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게 되니 3일간의 휴식 후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호텔이나 액티비티를 예약하고, 동선을 고려해 일정을 짜려면 은근히 시간이 걸릴 것 같아 항공권 예약을 마치자마자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지난밤 새벽 세시 반까지 스케줄을 짜다 한숨 자고 다시 오늘 오전부터 이어하다가 드디어 오후 6시에 예약까지 모두 마쳤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니 오후 7시.
갑자기 올해가 5시간 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눈 깜짝할 새에 이 시간이 돼버리다니.
열 시쯤 아이를 재우고, 남편에게 아이를 당부하고 나 홀로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바를 겸하는 카페.
3년 전까지 자주 찾았던 이곳은 퇴사를 결심하고 창업을 준비할 때 이곳에서 생각정리를 하고, 더불어 좋은 기운과 영감, 마음의 평안을 얻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이사를 오는 바람에 꽤 멀어져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못 오지만 생각정리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찾곤 한다.
자주 앉던 좌석에 자리를 잡으니 싱숭생숭한 마음이 누그러진다.
카운트다운은 이곳에서 할 예정이다.
물론 나 혼자 속으로 조용히 :)
내년은 어떻게 살면 좋을지에 대한 힌트도 좀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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