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4월부터 초등학생이 된다.
(일본이라 4월부터 학기 시작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앉지도 못했던 생후 2개월 차에 여권을 만드느라 누워서 여권사진을 찍은 그 작은 아이가 벌써 이렇게 컸나 새삼 놀랍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애착인형을 챙겨 잠드는 걸 보면 아직도 아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남들은 영어다 수학이다 열심히 준비시키는 모양인데 나는 너무 펑펑 놀렸나 싶어 걱정스럽기도 하고.
예비초등맘으로서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이 든다.
닥쳐올 큰 변화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건 지금처럼 즉흥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다.
작년에는 오키나와, 마닐라, 방콕 두 번, 서울 두 번.
코로나로 인해 3년간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던 것을 전부 만회하겠다는 심정으로 줄기차게 여행을 다녔다.
툭하면 어린이집을 빠지곤 했다.
우리나라는 극성수기인 방학을 피해 학기 중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오곤 한다던데.
일본엄마들한테 슬쩍 물어보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렇게 여행이나 체험학습으로 학교를 빠지는 것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여행으로 인해 학교를 빠진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보수적인 선생님들은 방학까지 기다리지 않고 학기 중에 여행을 간다는 것을 마뜩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고, 심할 경우 '즈루야스미(치사한 결석)'이라고 아이들 앞에서 돌려 까기(!)를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행여나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싶어 적어도 1학년때는 결석 없이 무탈하게 보내고 싶은 나에게 입학 전 이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다.
그리하여 예비초등맘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대대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오랜 고민 끝에 5일간 상하이, 8일간 한국, 4일간 후쿠오카를 연달아 여행하기로 했다.
17일간의 여행이 끝난 후, 우리 집이 있는 일본 고베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나의 계획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듣기만 해도 체력이 고갈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만 방학이 오는 7월까지는 여행을 못 갈 것이라 생각하면 역시 세 탕 정도는 뛰어줘야 되지 않을까.
결국 상하이-인천-후쿠오카행 항공권을 예매하고, 후쿠오카-고베 신칸센 표를 예매했다.
첫 여행지는 상하이.
상하이로 결정한 이유는 이렇다.
1. 경유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중국행 항공권은 대체적으로 가격이 저렴한데 반해 딱 한 가지 번거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비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
비자 대행업체에 부탁할 경우, 한 사람 당 1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든다고 했다.
더군다나 일본에 사는 나로서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일본사람들은 단기 여행은 비자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은 일본 내 중국관광비자를 취급하는 비자대행업체가 적다는 것이고 이런 업체들은 한국인을 비롯해 중국 입국에 비자가 필요한 외국인을 상대로 어마무시한 수수료를 챙긴다.
거기다 대행업체를 쓴다고 해도 지문 등록은 결국 본인이 직접 가서 해야 하는데 집에서 최소 한 시간 반 이상은 걸리는 비자 센터에 아이까지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래서 중국 여행은 잠정적으로 보류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경유 비자가 떠올랐다.
상해, 북경을 비롯한 몇몇 주요 도시를 경유할 경우, 도시 별로 다르지만 최대 144시간까지 미리 비자를 받아오지 않더라도 체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중국을 경유하는 일본-중국-한국 루트가 만들어졌다.
졸지에 동북아시아 순회가 되었지만 비자 비용과 수고스러움을 생각하면 아무리 계산해도 남는 장사(?)다.
2. 현대문명과 전통이 공존하는 곳
번쩍번쩍한 건물들이 끝없이 들어서 있으면서도 예원과 같이 옛 전통의 흔적들이 공존해 있는 상하이가 궁금했다.
게다가 우리가(사실은 내가) 중국에 대해 가진 편견이 깨지는 곳이라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3.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좋다.
비행시간이 긴 걸 좋아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늘 염두에 두는 이동시간.
상하이까지는 일본에서는 약 세 시간, 한국에서도 비행시간이 두 시간 남짓으로 가까운 편이다.
특히 상하이에서 마그레브 자기 부상열차에 타면 10분도 안되어 시내에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좋겠다 싶었다.
여행 중독에는 약도 없다더니.
올해 1월에 베트남을 다녀와서는 또다시 두 달 만에 3국을 순회하는 17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와 잊지 못할 찐한 추억을 만들겠다고 다짐해 본다😅
더불어 '여행은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학공부, 영어공부 대신 인생공부를 가르쳐준다는 핑계를 대어 본다.
[일정]
첫째 날(3/22) : 오후 3시경 푸동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저녁식사(맥도날드) - 황푸강 유람선 탑승 - 와이탄 산책
둘째 날(3/23) : 상하이 임시정부 - 점심(胖子面) - 티엔즈팡 - 마시청 서커스 - 저녁식사(하이디라오) - 난징동루 산책 - 예원
셋째 날(3/24) : 오전 휴식 - 점심(스타벅스 상하이 로스터리) - 푸동미술관 - 매너커피 - 저녁(헌지우이치엔) - 난징동루 산책&쇼핑
넷째 날(3/25) : 디즈니랜드 - 저녁(하이디라오) - 난징동루 산책&쇼핑
다섯째 날(3/26) : 체크아웃 및 공항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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