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유 비자를 알아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대부분은 블로그와 카페에 적힌 내용들이 상이해서 오는 혼란이었다.
최악의 경우, 중국 입국이 불허되어 예매해 둔 항공권을 비롯해 호텔, 온갖 입장권들을 날려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능한 한 존재하는 위험요소들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었다.
나처럼 경유 비자로 상하이에 방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이 포스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편도-편도로 각각 다른 항공사에서 따로 발권하면 입국이 불허된다?
결론부터 얘기해 보자면 아무 문제없었다.
일반적으로 이 경유 비자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대개 한국출발-중국경유-유럽or동남아도착으로 일괄적으로 한 번에 발권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 목적 자체가 상하이 여행이었기 때문에 남들은 가지 않을 법한 루트로 짰다.
일본 오사카 출발 - 중국 상하이 도착 : 춘추항공에서 편도 발권
중국 상하이 출발 - 한국 인천 도착 : 아시아나에서 편도 발권
이렇게 각각 발권했다.
애초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짜인 항공편이 없기 때문에 따로따로 편도 구입만 가능했다.
항공사가 다르고, 각각 편도로 발권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2. '푸동입국-푸동출국'과 같이 하나의 공항에서 출입국 하면 안 된다?
이 썰로 인해 홍차오 공항으로 입국해 푸동 공항에서 출국한다는 글을 본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푸동으로 들어와 푸동으로 출국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3. 아이와 동행 시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하다?
아이는 아빠 성을 따라 나와는 성이 다르다.
그래서 공항이나 호텔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 미리 영문으로 준비해 갔다.
그렇지만 푸동공항에서는 딱히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지 않았고,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 챙길 수 있으면 챙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입국심사를 할 때, 아이와 나의 성이 다른 걸로 10분 이상 잡혀 있던 경험이 있다.
다행히 일본 재류카드가 있어 우리 둘의 거주지가 동일하고, 둘이 찍은 셀카까지 보여주며 가까스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만약 한국 거주였다면 아이는 신분증이 없어 주소조차도 확인시켜 줄 수 없으니 꽤 난감했을 것이다.
4. 경유 사실을 미리 항공사에 알려야 한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네이버에서 경유 비자 개요에 대해 다시 살펴보다가 충격적인(!) 문구를 발견했다.
경유 사실을 '미리' 항공사에 알려야 된다는 것.
이미 발권도 다 마쳤는데 미리 알려야 한다니.
거기다 대체 그 '미리'는 언제까지를 의미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여행 당일, 공항에 도착해 데스크에서 발권을 할 때 항공사 직원에게 전달하니 문제없었다.
중국을 경유해서 한국에 입국할 예정이고, 중국에서는 5일간 머무를 것이라고 얘기했더니 여권을 카메라로 찍는 등 절차가 조금 더 길어졌다.
아마도 중국 정부에 보고가 필요한 모양이었다.
데스크에서 항공사 직원에게 얘기하지 않고도 문제없이 입국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중국행 비행기를 예매한 춘추항공 데스크에 당일에 얘기했고, 그 사이에 중국으로 나의 경유 사실이 미리 전달되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별 탈 없이 입국이 가능했기 때문에 데스크에서 미리 말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항공권 좌석지정은 필수다?
내가 이걸로 고생을 좀 해서 할 말이 많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나는 일본-중국-한국 루트로 항공권을 예매했다.
일본-중국, 중국-한국 모두 처음에는 트립닷컴에서 발권을 했고, 이때는 두 여정 모두 '춘추항공'의 항공권을 발권했다.
중국에 도착하는 항공편은 미리 좌석지정이 안 되어 있어도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반드시 좌석지정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항공권 예매 내역에 좌석번호까지 나와 있어야 한다!)
항공권 예약을 마치고, 좌석지정이 필수인 중국출발-한국도착 항공권의 좌석을 지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트립닷컴을 통해 발권한 춘추항공 항공권은 좌석지정이 불가능했다! (1차 패닉)
알아보니 춘추항공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면 좌석지정이 가능했지만 나처럼 트립닷컴 같은 중개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면 좌석지정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춘추항공에 전화를 걸어 직접 좌석지정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2차 패닉.
춘추항공은 중국 항공사인데 한국과 일본 내에 콜센터가 없다는 것.
그래서 중국으로 국제 전화를 해야 했다.
중국 자국민 콜센터와 외국인 대상 콜센터가 따로 운영되고 있었다.
(저가 항공이라 콜센터라기엔 사실 거창하고 전화번호가 따로 기재되어 있었다.)
외국인 대상 콜센터에서는 한국어 대응은 안 되지만 일본어와 영어는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없겠지 싶었다.
그래서 해외 승객을 위한 콜센터로 전화를 했지만 들려오는 건 중국어뿐. (마지막 3차 패닉이었다)
일본어랑 영어, 한국어까지 동원해 뭐라도 하나 걸려라 싶은 마음으로 필사적으로 의사소통을 해봤지만 상대방은 중국어 외에는 전혀 소통이 되지 않는 듯했다. 흑흑.
결국 땡큐로 전화를 마무리하고 끊었다.
(사실 하나도 안 땡큐였지만...)
이렇게 된 이상 나에게는 세 개의 선택지가 존재했다.
첫 번째는 일본어나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출근할 때까지 기다리기, 두 번째는 번역기를 이용하면 조금이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한 메일 보내기, 세 번째는 발권취소하고 다시 예매하기.
첫 번째 안과 두 번째 안은 기약이 없었다.
매번 전화를 해보자니 국제전화요금이 더 나올 판이었다.
메일 역시 의사소통을 한다 하더라도 좌석 지정을 하고 좌석 지정에 들어가는 비용을 결제하고(중국 결제창을 띄워준다는데 해외카드로 결제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그쪽에서 좌석까지 기재된 새로운 일정표를 메일로 받아야 하는데 마지막까지 원활하게 진행될지 의문이었다.
결국 정신 건강을 위해 트립닷컴에서 구입한 항공권을 취소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취소 수수료가 들지 않았다!
(저가 항공사라 취소가 안 되거나 수수료를 엄청 떼일 줄 알았다.)
이제 다시 한국행 비행기를 예약해야 했는데, 춘추항공과 아시아나를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아시아나를 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와 비슷한 트러블이 또다시 발생했을 때 한국 국적기라 대응하기 쉽지 않을까 싶었다.
적어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테니.
또 춘추항공은 저가 항공사라 항공권은 저렴하지만 좌석지정과 짐 추가에 비용이 따로 들어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시아나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편도 1인 기준, 춘추항공이 10만 원 정도, 아시아나는 15만 원 정도였다.
아이와 함께 가니 항공권 발권비용이 2인에 10만 원 정도 더 들어가는 셈이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 이상 문제가 생긴다면 피폐해져 버릴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한 예방접종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튼 중국 입국 당시에도 직원이 손가락으로 좌석번호를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좌석번호가 일정표에 기재되어 있는지 꼭 확인하자!
6. 중국 공항 도착 후, 경유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면 24/144H trasnfer라는 표지가 나올 때까지는 다른 외국인과 같은 절차를 거친다.
해야 할 일은 두 가지.
하나는 서류 작성하기인데 이때 일반 입국 카드가 아니라 반드시 윗부분이 파란색인 카드, 'ARRIVAL CARD FOR TEMPORARY ENTRY FOREIGNERS'를 작성해야 한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아무리 찾아봐도 일반 입국카드만 놓여있고, 경유비자용 카드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직원에게 Transfer이라고 얘기하고 카드를 건네받았는데 카드는 바닥 한 구석에(!)에 놓여있었다🤣
아이와 내 것 모두 작성했다.
그다음은 지문 등록이다.
입국 카드를 작성하는 곳의 한쪽 벽면에 기계들이 쫙 줄지어있다.
이 기계에 여권을 스캔한 후, 안내에 따라 지문을 인식시키면 지문등록이 완료되었다는 종이가 나온다.
아이는 지문등록이 필요 없는지 아이의 여권을 스캔하자마자 지문 등록 없이 바로 완료되었다는 확인증이 나왔다.
이렇게 일시 입국 카드와 지문등록완료 확인증을 챙기면 된다.
7. 24/144H transfer 심사대 옆에 있는 기계의 정체는?
안내 표지판을 따라 24/144H transfer 심사대로 향했다.
그런데 줄을 서려고 보니 옆에 정체 모를 기계가 있었고, 일본 아저씨 한 분이 기계를 잡고 씨름 중이었다.
이때부터 '나도 이걸로 뭘 또 더 해야 되는 건가?'싶어 나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그래서 나도 일단 잽싸게 줄을 섰다.
두 대 중 한 대가 고장 난 바람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한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마침 공항직원이 지나가길래 입국카드와 지문등록완료 확인증을 보여주면서 이 기계로 뭘 더 등록해야 하는 거냐고 물었는데 직원 왈, 이 두 가지로 충분하며 입국심사대 앞에 바로 줄 서면 된다고 했다.
시간낭비였다😭
이제는 입국에서 출국까지 모두 마쳤으니 속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준비 당시에는 신경 쓸게 정말 많았다.
첫 중국여행을 (미리 발급받은) 비자 없이 다녀오려니 정보를 꼼꼼하게 알아봐야 했고, 중국 출입국 심사가 까다롭단 얘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책잡히지 않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의외로 중국 입국은 수월했고, 24/144H transfer 데스크는 사람도 적어 입국도 빨랐다.
내가 준비했던 서류는 일본-중국 항공권 일정표, 중국-한국 항공권 일정표, 호텔 예약내역(영문/중문), 가족관계증명서(영문)였다.
그중에 실제로 사용한 것은 중국-한국 항공권 일정표, 호텔 예약내역(중문)였다.
입국하면서 심사대에서 받은 질문은 며칠간 중국에 체류하냐 정도였다.
나의 경우, 일본에서 출발해 중국을 거쳐 여권 발행국인 한국으로 들어가는 일정이라 질문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반면 옆 심사대에 있던 태국인은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들어가는 모양인데 심사대 직원이 일본에 들어가는 목적까지 묻기도 했다.
아무튼 경유 비자받기에 한 번 성공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아이가 여름방학을 하면 다시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데 그 일정 전후로 또 중국여행 일정을 붙여볼까 싶다.
[일정]
첫째 날(3/22) : 오후 3시경 푸동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저녁식사(맥도날드) - 황푸강 유람선 탑승 - 와이탄 산책
둘째 날(3/23) : 상하이 임시정부 - 점심(胖子面) - 티엔즈팡 - 마시청 서커스 - 저녁식사(하이디라오) - 난징동루 산책 - 예원
셋째 날(3/24) : 오전 휴식 - 점심(스타벅스 상하이 로스터리) - 푸동미술관 - 매너커피 - 저녁(헌지우이치엔) - 난징동루 산책&쇼핑
넷째 날(3/25) : 디즈니랜드 - 저녁(하이디라오) - 난징동루 산책&쇼핑
다섯째 날(3/26) : 체크아웃 및 공항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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