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벳푸를 떠나 유후인으로 향했다.
다른 일정없이 바로 예약해 둔 료칸에 들어가 체크인을 했다.
료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카이세키 요리와 온천을 즐기기 위해 저녁 일정은 따로 채우지 않고, 료칸에서 머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사실 료칸을 예약하기까지도 의견이 좀 갈렸었다.
이럴 때 묵어보지 언제 묵어보겠냐는 나와 엄마, 호텔은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는 남편과 아빠의 의견이 팽팽했다.
일본내에서도 료칸은 숙박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명한 전통 료칸들은 1박에 최소 100만 원은 나가고, 어느 정도 인기 있는 곳들도 60만 원부터 시작하는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우리는 부모님 방과 우리 부부의 방을 따로 잡아야 하니 객실이 두 개가 필요했다.
그 말은 즉, 숙박비가 2배가 되는 매직...🤣
그래서 고민끝에 정통 료칸까지는 아니지만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료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가성비 료칸, 산소우 시키앙(山荘 四季庵)으로 결정했다.
어차피 후쿠오카에서 숙박하더라도 기본적인 것만 갖춘 저렴이 호텔조차 1박에 10만 원 가까이 하니 이왕이면 조금 더 보태 료칸 체험을 해보자고 남편과 아빠를 설득했고, 결론적으로는 모두가 만족하는 해피엔딩이었다.
[료칸 외부]
우선 산장 시키앙의 외부를 살펴보면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고즈넉한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대부분의 료칸이 그렇듯 시내와 동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조용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모든 객실이 별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 가봤던 곳들은 온천 호텔이라 프라이빗한 부분에선 좀 아쉬웠었다.)
날이 어두워지니 료칸의 분위기가 또 달랐고, 가족들은 모두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판기도 여러 대 놓여있었고, 흡연구역도 있었다.
우리처럼 술을 안 마신다면 불편함은 없겠지만 술이나 안주가 필요하다면 미리 시내에서 구입해 오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 투숙객 공용 온천도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객실에는 온천이, 그것도 프라이빗한 노천탕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공용 온천은 이용하지 않았다.
[내부]
내부로 들어와 침실을 봤을 때는 사실 개인적으로 큰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도 다다미방이 있기 때문🤣
(대개 다다미방은 료칸처럼 두꺼운 요를 깔고 자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는 굳이 다다미방에 침대를 놓고 지내고 있다)
방은 작은 편이라 성인 서너 명이면 꽉 찰 것 같았다.
다만 처음부터 객실 당 숙박 가능한 인원이 성인 2명이라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또 가성비 료칸의 면모(?)를 볼 수 있는데 비싼 료칸은 요를 깔아주지만 여기는 내가 직접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어려울 것 없다.
그냥 우리가 아는 것처럼 매트리스처럼 좀 단단한 요는 바닥에 깔고, 부드러운 이불은 덮으면 된다.
방에서 나와 욕실로 가니 커다란 노천탕 욕조가 딱!
정확하게는 세면대까지는 내부에 있고, 세면대에서 연결되는 문을 열고 나가면 욕조가 있는 야외로 나갈 수 있다.
욕조에 수도꼭지가 달려있고 그곳에서 온천물이 나온다.
이게 진짜 온천물 맞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온천수 검사 결과지가 보였다.
설령 온천수가 아니었더라도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그것도 야외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면 제대로 힐링이 될 것 같긴 하다.
[식사(카이세키 요리)]
가성비 료칸이니만큼 일반 료칸과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식사를 위해서 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료칸에서는 카이세키 요리를 객실에다 직접 차려주는 데에 비해 이곳에서는 식당으로 이동해 식사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관리사무소(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로 가서 체크인을 하면서 저녁식사시간도 함께 정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객실에서 좀 쉬다가 시간에 맞춰 다시 관리사무소 1층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해 준비된 카이세키 요리로 저녁식사를 하면 된다.
이 부분이 조금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객실에서 식당까지 걸어서 2~3분 정도면 도착하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식사량이 많은 남편이 있어 행여나 음식이 부족하지 않을까 좀 걱정됐었는데 의외로 양이 상당했다!
결국 토종닭 고기과 일부 채소는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와규는 예상대로 호불호가 없는 맛이었고, 지도리는 일반 닭과 달리 쫀득하고 질긴 식감이라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지도리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들이 있을 만큼 유명하기 때문에 한 번 맛봐도 좋을 듯싶다.
[비용]
시기에 따라, 그리고 요일에 따라 가격이 변하긴 하지만 트립닷컴 기준(평일, 객실 하나, 노천온천이 딸려있는 스탠다드 재패니즈 객실, 디너 포함, 조식포함, 1박)으로 35만 원 정도이다.
같은 조건으로 주말(금토)에 숙박할 경우에는 약 50만 원 정도로 예산을 잡으면 된다.
프라이빗 온천이 딸려있지 않은 곳이라면 평일기준으로 22만 원 정도에 숙박할 수 있긴 하지만 이왕이면 돈을 좀 들여서 프라이빗 온천이 포함된 방으로 예약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자주 가는 거 아니니까😊
참고로 우리 가족들 모두 투숙 당일의 저녁은 물론, 다음날 체크아웃하기 전까지 온천을 하고 나올 만큼 다들 정말 좋아했다!
(욕실은 샤워기만 있으면 상관없다던 아빠마저도 아침저녁으로 2번이나 입욕했다는 거🤣 부모님이 좋아하신 게 무엇보다 기뻤다.)
일본 료칸에 묵어보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산장(산소우) 시키앙은 꽤 괜찮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일정]
첫째 날(4/4) : 오후 6시 30분경 후쿠오카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저녁(캐널시티 회전초밥 헤이시로) - 캐널시티 분수쇼 관람 -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
둘째 날(4/5) : 렌터카 대여 - 벳푸로 이동 - 점심(아프리칸 사파리 내 식당 SALVIA) - 아프리칸사파리 - 벳푸 지옥(우미지옥) - 유후인으로 이동 - 료칸 체크인 - 저녁(료칸 카이세키 요리)
셋째 날(4/6) : 유후인 긴린코 호수 - 유후인 마을 산책(플로랄빌리지) - 점심(일식요리점 하기노챠야) - 카페(Cafe Anahata) - 다자이후로 이동 - 다자이후 텐만구 - 호텔 체크인 - 저녁(모츠나베 오오이시)
넷째 날(4/7) : 체크아웃 및 가족들 배웅 - 점심(인도요리 나마스테 스미요시) - 카페(I don't know) - 후쿠오카 장난감 미술관 -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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