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오전에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남편은 일이 바빠 먼저 돌아가기로 하고 배웅을 마치니 나와 아이 둘만 남았다.
체크아웃까지 1시간 정도 남았길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근처 맛집과 갈만한 카페를 찾았다.
오늘 다녀올 후쿠오카 장난감 미술관은 어제 미리 예약을 해둔 상태. (현장 발권도 가능하다.)
체크아웃 시간이 가까워지자 짐을 챙겨 나왔는데 심현을 기울여 찾은 맛집이 무색하게도 아이가 인도 커리를 먹고 싶다고 외쳤다.
굳이...? 후쿠오카에서...? 왜...?
집 근처에도 자주 가는 인도 커리집이 있는데 굳이 후쿠오카까지 와서 인도 커리를 먹고 싶지 않았던 나는 아이를 열심히 회유해 봤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설전으로 인해 인도 커리에 대한 열망이 한층 고조된 아이를 데리고 숙소 근처 평가가 꽤 괜찮은 인도 커리집으로 향했다.
가게명은 나마스테 스미요시.
https://maps.app.goo.gl/49a19GaPCja77Puu8
아이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오긴 했지만 맛은 꽤 괜찮았다.
특히 런치타임에 맞춰간 거라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저렴한 게 가성비가 훌륭했다.
아이는 오코사마 런치세트(어린이 세트, 660엔)를, 나는 믹스 시푸드 카레세트(980엔)를 주문했는데 둘 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고기 좋아하시는 분들은 시푸드보다는 치킨이나 포크, 키마 카레를 고르시길! 나는 고기를 안 좋아해 어딜 가도 거의 해산물 카레를 고르는데 대개 냉동 해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딱히 추천은 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파는 커리는 대개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우리나라에서도 알려진 '코코이치방야'같은 일본식 카레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식 커리이다.
그리고 그 둘 사이 어딘가에 가게 주인이 스파이스를 직접 믹스해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만들어낸 카레가 있다.
(개성이 강한 이 계열의 맛집들도 블로그에서 꼭 소개하고 싶다!!)
일본에서는 인도식 커리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개 네팔 등의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인도 커리는 돈 좀 내고 먹는 특식의 느낌이라면 일본에서는 워낙 대중적이고, 커리 전문점들이 많다 보니 런치 타임을 이용할 경우엔 오히려 다른 음식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디너는 술도 같이 판매하면서 가격대가 살짝 올라간다.)
점심 특선으로 갓 구운 난을 무제한으로 주는 곳도 꽤 있다.
현지인이 만들어 정통 커리에 가깝지만 어느 정도 현지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향신료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특히 갓 구워낸 난은 호불호가 안 갈릴 듯!
비록 일본 여행 온 여행객들에게 인도 커리를 추천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장기 여행 중이라면 일본식 카레와 더불어 인도 커리도 한 번쯤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참고로 우리 엄마는 일본에서 드셨던 인도 커리를 아직도 잊지 못 한다는 말씀을 n년째 반복 중이시다🤣
식사를 마치고, 이번에는 카페로 향했다.
https://maps.app.goo.gl/8X6zCghqTVQ65ju89
카페 이름은 I don't know.
찾아보니 어린 친구들이 인스타 갬성 사진 찍으러 많이 가는 곳이라고 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야 이런 류의 카페는 절대 갈 일이 없겠지만...😅
여행을 핑계 삼아, 그리고 아이를 핑계 삼아 한번 다녀와봤다.
손님이 끊이지 않아 늘 대기가 있다고 했는데 다행히 딱 한 테이블이 남아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내 뒤로 온 손님들은 최소 20분 정도는 대기한 것 같다.
우리가 메렝게 푸링 케이크(머랭 푸딩 케이크)와 메렝게 모카(머랭 모카커피)를 주문했다.
아이가 좋아할 것 같아 일부러 두 메뉴 모두 이 카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귀여운 머랭이 올라간 메뉴로 골라봤다.
짜잔!
어린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깜찍한 비주얼이었다.
인스타 감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늙은 내가 봐도 너무 귀여워 먹기 전에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그렇다면 맛은?
정말 진심을 다해 맛이 없었다(...)
돈이 아까워 웬만하면 반 이상은 먹고 나오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힘들었다.
머랭이 보기에는 정말 귀여운데 딱딱하고 커서 먹기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너~무 달았다.
그렇다고 머랭이 푸딩이나 커피와 딱히 조화로운 것도 아니었...
아이는 몇 입 먹어보더니 바로 포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머랭 모카커피를 마시는 와중에 다른 카페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검색하는 나🤣
비주얼과 분위기가 중요하다면 추천!
맛이 중요하다면 강력하게 비추하겠다.
카페에서 나온 우리는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후쿠오카 장난감 미술관으로 향했다.
https://maps.app.goo.gl/CHfZu1FAoDSpMPsH7
후쿠오카 장난감 미술관은 하카타(博多)역에서 지하철 가고시마 본선을 타고 세 정거장 떨어져 있는 타케시타(竹下)역에 위치하고 있다.
타케시타역에서도 도보 15분 정도로 은근히 거리가 있기 때문에 대기시간 포함 이동시간을 총 30분 정도로 조금 넉넉히 잡는 게 좋다.
라라포트 후쿠오카라는 대형 쇼핑몰 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먹거리나 놀거리도 충분하고, 쇼핑하기에도 좋다.
라라포트에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후쿠오카 키자니아도 있다.
후쿠오카 장난감 미술관은 시간무제한 티켓을 기준으로 어른(중학생 이상) 1600엔, 6개월 아이~초등생 1200엔, 6개월 미만 아이는 무료로 입장가능하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공간이 쾌적했고 놀거리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엄마 입장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모든 장난감들이 플라스틱이 아닌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
특히 역할놀이 코너에서는 '이런 것까지 만들어 놨어?'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디테일이 훌륭했다.
조금 유치하지 않을까 싶었던 초1 아이도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특히 아이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던 건 바로 이 체스와 비슷한 보드게임이었는데 자리로 가서 앉으니 선생님이 오셔서 룰을 가르쳐주셨다.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하길래 나중에 집으로 와서 이 게임의 구매처를 물었지만 장난감 미술관용으로 특수 제작된 거라 구할 수는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점!
이곳에 계신 선생님들이 대부분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 할머니셨는데 정말 아이들을 성심성의껏 돌봐주시고 놀아주시는 게 정말 인상 깊었다.
바닥에서 헤엄치는 흉내를 내는 네다섯 살짜리 남자아이의 눈높이를 맞춰 함께 바닥 헤엄을 치신다든지, 아이가 놀이를 어려워하면 살짝 힌트를 주시면서 결국 아이가 해낼 수 있게 도와주신다든지 하는 따뜻한 모습들이 감동적이었다.
키자니아와 같은 대형시설과 비교했을 때 이곳은 서너 시간 놀기 좋은 대형 키즈카페와 비슷한 크기이긴 하지만 사방이 원목으로 둘러 쌓인 따뜻한 공간에서, 원목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었다.
집 근처에 있으면 연간회원권 끊어놓고 자주 이용했을 텐데.
조금 더 놀고 싶다며 아쉬워하는 아이를 뒤로 하고 우리는 신칸센을 타기 위해 다시 하카타역으로 돌아갔다.
신칸센 안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구입하고, 열차에 올랐다.
아이는 10분도 안되어 곯아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알찬 여행이었다!
[일정]
첫째 날(4/4) : 오후 6시 30분경 후쿠오카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저녁(캐널시티 회전초밥 헤이시로) - 캐널시티 분수쇼 관람 - 나카스 포장마차 거리
둘째 날(4/5) : 렌터카 대여 - 벳푸로 이동 - 점심(아프리칸 사파리 내 식당 SALVIA) - 아프리칸사파리 - 벳푸 지옥(우미지옥) - 유후인으로 이동 - 료칸 체크인 - 저녁(료칸 카이세키 요리)
셋째 날(4/6) : 유후인 긴린코 호수 - 유후인 마을 산책(플로랄빌리지) - 점심(일식요리점 하기노챠야) - 카페(Cafe Anahata) - 다자이후로 이동 - 다자이후 텐만구 - 호텔 체크인 - 저녁(모츠나베 오오이시)
넷째 날(4/7) : 체크아웃 및 가족들 배웅 - 점심(인도요리 나마스테 스미요시) - 카페(I don't know) - 후쿠오카 장난감 미술관 - 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