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가 특별히 기대하고 기대하던 호핑투어 가는 날.
아침부터 한껏 들떠있길래 바닷 속 물고기를 보러 가는게 기뻐서 그런줄 알았더니 그냥 물에 들어갈 수 있는 게 즐겁단다.
(실제 물고기에게 쏟은 관심은 잠시뿐이었다^^;)
나도 남편도 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참 희한한 일이다.
호핑투어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선착장이 있는 제셀톤 포인트에서 현지 업체들과 직접 흥정하여 예약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한국 여행업체를 통해 예약하는 것.
직접 예약하는 경우의 최대 메리트는 역시 가격절감이 아닐까 싶다.
흥정을 잘하면 여행업체를 통해 예약하는 것보다 거의 절반 가까운 금액으로 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한국 업체에서 예약하고 갔다😂
친구들이랑 가는 여행이었다면 발품 좀 팔아봤겠지만...(하지만 이제 다들 나이가 들어 발품을 파는 쪽 보다는 돈으로 시간절약&편안함을 사는 것을 택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도무지 아이 챙기면서 흥정까지 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투어 당일에 가서 흥정할 경우, 업체 직원들도 어차피 이 사람이 오늘 다녀와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해주지 않는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렇다면 전날까지는 가서 예약해야 하는데 아이 데리고 예약하러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번거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구명조끼나 섬 입장료가 포함되었는지 등등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는데... 생각만으로 지쳐버려 직접 예약하는 건 깔끔하게 마음을 접었다.
그래서 나는,
혈기왕성하고 한푼이라도 더 아끼고 싶다면 직접 예약을,
나처럼 아이를 동반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경우에는 한국 업체에서 미리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직접 예약하는 경우, 섬 안에 있는 테이블을 사용할 수 없어 짐 보관이 어렵기도 하고, 또한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아이나 부모님을 동반할 경우에는 이 두 가지가 생각보다 꽤 중요하다.
우선 다른 누군가를 케어하면서 짐까지 신경쓰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처럼 내내 바다 안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업체를 통해 배정받은 테이블에서 식사도 하고 짐보관도 하게 되는데 가이드들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면서 가방을 보호해주고, 또 돗자리같은 바닥이 아닌 테이블 위에 짐을 보관하니 모래가 들어가지 않아 쾌적하다.
또 투어에서 제공되는 점심 식사는 뒤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엄청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아이나 부모님이 빵이나 컵라면 등으로 식사를 대충 해결하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선택이다.
나머지는 뒤에서 좀 더 얘기해보겠다.
투어업체 차량이 우리가 묵은 호텔에 픽업을 오면서 호핑투어가 시작되었다.
이 부분도 업체 이용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수영복을 따로 챙겨가는 대신, 착용한 상태로 튜브들고 출발하면 된다!
투어를 마치고 나서도 호텔 앞까지 데려다 주기 때문에 수영복 차림에서 수건으로 물기만 좀 제거한 상태로 돌아와 호텔에서 편하게 샤워를 하면 된다.
아이와 나는 수영복 차림에, 필요한 것만 간단히 챙겨서 차량에 탑승했다.
우리가 마지막 탑승이라 바로 제셀톤 포인트로 이동했다.
다른 팀이 올 때까지 10분 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그 사이 우리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구멍가게(?)에서 과자를 샀다.
그 다음 조명조끼를 하나씩 받아 착용하고 보트 탑승을 기다렸는데 대기 시간이 은근 길었다.
코타키나발루 여행객들이 여기에 다 모였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보트가 끊임없이 도착하고 출발하는데도 탑승까지 20~30분은 걸린 것 같았다.
그 사이에 나는 휴대폰 방수비닐팩을 구입했다!
여행 출발 전 날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다이소에 가서 무려 3천원이나 주고 사왔는데 고대로 집에 놓고 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셀톤 포인트 노점상에서 다시 구입해야 했는데 다이소에 비해서도 한참 퀄리티가 떨어져 물이 들어가진 않을까 내내 걱정했다.
(다행히 물은 안 들어갔다)
가격도 한국과 비슷한 3천원!
물가가 저렴한 코타키나발루에서 이 돈 내고 사긴 아까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구입했다.
드디어 사피섬으로 출발!
보트를 타고 사피섬에 들어가는 길은 다이나믹했다.
탑승 인원이 열 명 남짓 정도의 작은 보트라 흔들림이 크고, 선장님이 일부러 놀이공원 어트랙션처럼 운전하시기 때문에 물이 이리 튀고 저리 튀었다.
방향을 급격하게 트니 보트가 기울어 물에 빠질 것 같았다.
배가 공중에 살짝 떴다가 내려오면 롤러코스터가 하강할 때처럼 기분이 이상해지는데 은근 재밌고 짜릿했다.
아이도 꺅꺅 무섭다고 소리지르면서도 즐기고 있었다.
핸들을 더 안 꺾어주는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섬으로 들어가 가이드님에게 화장실이나 샤워실의 위치 등 간략한 설명을 들은 후, 테이블을 배정받았다.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어 그 전까지는 자유시간이라 바다에 들어갈 사람은 바다로 가면 되고, 해양 스포츠 옵션(패러세일링, 씨워킹, 바나나 보트 등이 있었다)을 선택한 사람들은 가이드님을 따라 이동했다.
우리는 다른 옵션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바다에 들어갔다.
바다에 들어가게 되면 그늘이 없어 볕이 엄청나게 뜨겁기 때문에 꼭꼭 모자를 착용하고 래쉬가드를 입을 것을 추천한다!
아이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모자 착용을 거부했지만 끝까지 설득해서 씌웠고, 이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랑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햇빛이 강렬했다.
속초에서 물놀이를 하더라도 몇 시간 지나면 피부가 익으면서 껍질이 벗겨지기 일쑤인데 여기는 무조건 화상 각이다.
이번 호핑투어를 위해 두 가지 아이템을 준비했다.
하나는 튜브형 구명조끼. (위에 아이가 착용한 사진을 참고)
어른은 투어에 구명조끼와 스노클링 장비의 대여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아이용은 따로 없어 준비해 가야 했다.
구명조끼보다는 튜브로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한 것인데 공기주입식이라 바람을 넣었다 뺄 수 있어 캐리어에서 큰 부피를 차지하지 않아 편했다.
나는 다이소에서 구입한 펌프를 같이 가져갔다.
이 튜브형 구명조끼는 아이가 엄청 좋아했다!
입고 있는 것만으로 물 위에 둥둥 떠다닐 수 있으니 발이 닿지 않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그 동안은 어린이 풀장과 바다 얕은 곳을 배회하던 아이가 이걸 착용하고 나서는 깊은 곳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되니 아이의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단, 부작용으로는 아이가 물 밖으로 나오려하지 않아 나도 꼼짝없이 세 시간 가량을 바다에 있어야 했다는 거.
구입 당시 사이즈는 두 가지로 하나는 25kg(2세 초과 6세 이하) , 다른 하나는 50kg(6세 초과 12세 이하)로 나뉘어져 있었다.
아이는 키가 122cm정도에 몸무게는 23kg였는데 50kg짜리도 잘 맞았다!
오히려 몸무게만 보고 거기에 맞춰 작은 걸 샀다간 낭패볼 뻔했다.
다른 하나는 스노클링 풀페이스 마스크였다.
일반 스노클링 장비보다 숨쉬기가 편해보여 구입한 거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아이도 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입에 호스를 물고 있어야 하는 스노클링 장비보다는 편리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숨쉬기 답답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둘 다 스노클링 장비에 익숙하지 않아서...🥲
아이나 나나 스노클링에 그렇게까지 열정은 없었기 때문에 결국 이 풀페이스 마스크는 활약할 새도 없이 다시 가방으로 들어갔다는 슬픈 바다의 전설.
점심식사 전까지 아이랑 나는 계속 바닷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의 초딩 시절 이후로 물에 이렇게 오래 들어가 있던건 처음이다.
나와 물의 인연은,
초딩때, 그리고 초딩맘이 되고 나서 이렇게 두 번인가보다.
안전 부표가 떠 있는 곳 사이에서 좌우로 왕복하며 헤엄치고 다녔고(정확히 말하면 걸어다녔다. 난 물이 무서워 발이 닿지 않는 곳은 절대 가지 않기 때문에^^;), 해초들 사이에 숨어있는 물고기나 게를 구경하기도 했다.
점심을 먹기 전에 조금 쉬고 싶었지만 물놀이에 푹 빠진 아이가 허락하지 않아 식사 직전까지 물 속에 있다가 나왔다.
바닷속에서 강행군 중인 나에게 지상에서의 달콤한 휴식이 허락되는 유일한 시간, 바로 점심 시간이 시작됐다!
뷔페 제공이 시작되는 시간 10분전에 줄을 선 덕분에 음식을 빨리 받을 수 있었다.
무조건 미리 가서 줄 서는 것을 추천한다!
뷔페 식이지만 리필은 거의 안해주기 때문에 뒤로 갈 수록 종류가 줄어든다.
게다가 달짝지근한 과일들에는 벌레가 꼬이기 시작한다는 거.
이 뷔페의 위생에 대해서는 후기에서도 말이 많은 편이다.
먹을 것이 없다, 벌레가 날아다녀 비위생적이다 등등의 후기들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일찍 줄을 선다면 상당 부분 해결된다.
혹시 탈이 날지 몰라 불 조리가 된 음식 위주로 먹었다. (다행스럽게도 탈이 나지 않았다.)
이곳도 동남아라 튀긴 음식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딱히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물놀이를 한 직후이기도 하고, 근처에 제대로 된 식당도 없으니 한끼 해결하기엔 무난했다.
오히려 나쁜 후기를 많이 봐서 그런지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2링깃을 내고 뜨거운 물을 받아 한국 컵라면을 뷔페식과 함께 먹었는데 얼큰한 국물을 같이 먹으니 꽤 괜찮았다.
역시 외국에서 먹는 얼큰한 한국 컵라면이란👍
점심식사를 배불리 마치고, 나는 아이 손에 끌려 다시 물놀이를 시작했다.
1년치 물놀이는 여기서 다 한 것 같다.
1분 1초라도 알차게 보내려는 아이의 열정이 대단했다.
꼭 공부도 그렇게 하길ㅋㅋㅋ
아무튼 집합시간 전까지 바다에서 놀다가 다시 돌아오는 보트에 탑승했다.
호핑투어를 고르기 전,
어느 섬으로 갈지, 그리고 한 군데를 갈지 두 군데를 갈지를 놓고도 고민을 많이 했다.
온 김에 다양하게 vs 무리없이, 결국 이 고민이었지만 고민 끝에 사피섬 한 곳으로 결정했다.
여러군데를 가더라도 섬 별로 후기가 상이해 어느 곳이 좋다고 결정하기 어렵기도 했고, 특히 우리는 스노클링이나 해양스포츠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한 번 더 옮기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사피섬보다는 마무틱같은 섬이 스노클링하기 좋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후기를 보면 케바케인듯 하다. 시기와 날씨의 영향이 큰 듯하다)
그리고 나의 저질 체력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는 잘 선택한 것 같다.
이렇게 내내 물 속에 들어가 있을줄 몰랐다🤣
바다에서 세 시간 넘게 걸어다니니 체력이 급 고갈되었다.
물론 아이는 멀쩡했고, 나만...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마친 우리는 약간의 휴식...을 취할 줄 알았으나 아이 손에 이끌려 호텔 수영장으로 향했다.(...)
물론 나는 더 이상 물에 들어갈 수 없다고 선언하고 아이 혼자 풀장에서 노는 걸 지켜봤지만.
아이들의 체력은 어디서부터 이렇게 무한으로 공급되는 건지 경이로울 뿐이다.
[일정]
첫째 날(8/17) : 오전 5시 30분경 코타키나발루 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짐 맡기기 - 아침 겸 점심식사(Guan's Kopitiam Gaya Street) - 환전 및 KK플라자 쇼핑 - 호텔 체크인 및 낮잠 - 저녁식사(Satay jawi) - 왓슨스 쇼핑 - 아피아피 야시장
둘째 날(8/18) : 호텔 수영장 - 선데이마켓 - 점심식사(Satay jawi) - 시티투어&반딧불이투어 - 이마고몰 쇼핑
셋째 날(8/19) : 호핑투어(사피섬) - 호텔 수영장 - 저녁식사(KK가든 시푸드) - KK워터프런트 야경 & 필리피노 마켓 구경
넷째 날(8/20) : 호텔 수영장 - 체크아웃 - 점심(CHUBS) - KK플라자 쇼핑 - 워터프런트 구경 - 카페(올드타운 화이트커피) - 공항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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