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일상/이런저런 생각들 8

뒤늦게 접한 중국 비자 면제 소식

오늘 아침,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내년 말까지 중국 비자가 한시적으로 면제된다며 기사 링크도 함께 보내왔다. 지난주 대만 여행을 위해 출발 직전까지 이런저런 일처리를 해두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더니 이 기쁜 소식을 이제야 알았다! 올해 3월에 다녀온 상하이 여행기에서 적었던 것처럼 비자 때문에 고생을 좀 했었다. [중국 상하이] 경유 비자 도전기!중국 경유 비자를 알아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대부분은 블로그와 카페에 적힌 내용들이 상이해서 오는 혼란이었다. 최악의 경우, 중국 입국이 불허되어 예매해 둔 항bomtravel.tistory.com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타국(일본)에 사는 나에게 중국 비자를 받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고, 결국 경유 비자를 받는 길을 택했다. 경..

새해를 몆 시간 앞두고

어젯밤에 충동적으로 베트남 하노이행 항공권을 발권했다. 대만이나 홍콩을 짧게 다녀올까 하는 생각은 종종 했었지만 뜬금없이 베트남으로 낙점되었다. 게다가 스카이스캐너를 열고 일정을 조정하여 발권하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비행시간이 너무 좋아서.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는 새벽비행기가 많은 편이라 아이와 단둘이 동행할 때는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한다. 간사이 국제공항 기준으로 하노이까지 갈 때는 6시간, 올 때는 4시간 소요되는데 차라리 올 때 6시간이면 비행기에서 푹 잠이라도 잘 텐데 귀국행 비행기 4시간은 나도, 아이에게도 애매했다. 자고 일어나도 새벽이라니 둘 다 하루종일 피곤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마침 운명처럼 하노이행 점심출발 항공편 - 간사이행 오전출발 항공편을..

커피에 대한 단상

1. 엄마가 카페에 간다고 하면 나는 이렇게 묻는다. "어느 카페 가? 거기 어때?" 내가 카페에 간다고 하면 엄마는 이렇게 묻는다. "누구랑 가?" 엄마는 주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에 가고, 나는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페에 간다. 그래서 이렇게 같은 행동에도 서로를 향한 질문이 다르다. '그 카페 어떠냐'는 나의 질문에는 많은 걸 함축하고 있다. 매장이 넓은지. (좁으면 눈치가 보여 금방 마시고 나와야 한다.) 커피는 맛있는지. (이왕이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다!) 사람이 많은지. (조용한 곳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손님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 엄마는 내가 당연히 혼자 간다고 대답하면 알겠다고 하면서도 늘 의아해하는 눈치다. 급한 성질머리는 똑 닮은 우리..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

어느덧 12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12월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잊고자 외면했었던 생각들이 불쑥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를 이렇듯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것 2위는 나이. 다음 달이 되어도 여전히 만 나이로는 35살일 테지만 관성적으로 1월 1일이 되면 37살이 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별로다. 36살까지는 30대 중반으로 뭉뚱그려 퉁칠 수 있을 것 같은데 37살은 이젠 마흔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갑자기 훅 늙은 것만 같아 왠지 억울한 기분이다. (만 나이가 빨리 자리 잡으면 좋겠다.) 대망의 1위는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즉, 반성의 시간. 매년 12월이 되어 한 해를 돌아보면 반성의 주제는 늘 하나로 귀결된다. '시간을 소중히 사용하지 않은 것'. 몇 년 ..

2023년 문화생활의 기록

지난주, 아이가 감기에 걸려 일주일 가까이 꼼짝없이 가정보육을 했다. 아이는 우리 가족 중에서도 유일하게 감기를 피해 가는 건강체인데 웬일인지 이번에는 제대로 감기에 걸려버렸다. 그동안 집에서 심심했을 아이를 위해, 또 가정보육하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이게 궁극적 목적) 모처럼 힐링타임을 가졌다. 휴일은 항상 아이 위주의 계획을 짜게 되기 마련이지만 이 날은 철저하게 내 위주로 계획을 짰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내가 먹고 싶은 거. 아이도 간만에 하는 외출이니 밖에 나간다는 것만으로 즐거워할 게 분명했으니 내 욕심을 좀 부려봤다. 우선 크리스마스 클래식 피아노 연주회에 다녀왔다. 0세 아이부터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라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도 꽤 많았고, 프로그램도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친숙한 곡들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나의 노력 : '놓아버리기'

이제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라 그런지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도 많이 바뀌었다. 최근 들어 특히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주제는 단연 '건강'이다. 30대에 들어서면서 여러 질환에 대해 얘기를 나눌 일이 많아졌는데 이럴 때마다 본인의 경험담은 물론, 주변 지인들의 사례, 인터넷에서 본 사례들을 망라해 정보를 공유한다. (처음 들어보는 질환들이 정말 많다!) 이를 대비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종종 얘기하곤 하는데 결론은 늘 '스트레스 관리 잘하자!'로 끝난다. 만병의 근원인 동시에 가장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다. 스트레스는 식습관과 운동처럼 가시적이지 않고,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즉,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려야지.', '저녁식사 후 30분 동안 ..

나는 고베에 산다

어느덧 고베에 자리를 잡은 지도 햇수로 11년 차를 앞두고 있다. 외국인 여행객으로서 처음 고베에 왔을 때, 고베는 나에게 있어 '깨끗한 도시, 그렇지만 일본스럽지 않은 도시'였다. 해외여행을 온 이상, 한국과 다른 일본스러움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도시 자체가 하나의 유적지와 같은 교토와 난바 도톤보리로 상징되는 옛 상업도시의 오사카에 비해 야경으로 상징되는 고베는 어쩐지 매력이 덜 했다. 고베의 야경은 일본의 3대 야경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그렇다고 '일본스러운'야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은 일정으로 간사이 여행을 오는 친구들이 교토와 고베 일정을 두고 고민 중이면 나는 고베 일정을 없애고 교토를 넣으라고 얘기한다. 그들도 내가 그랬듯 '일본스러움'을 느끼고 싶어 이곳을 찾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행복에 대한 단상

행복은 어느 '특별한 날'에 찾아오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늘상 있는 '평범한 날'에 일어나는 '평범한 일'이 아닐까 싶다. 나는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몸이 노곤노곤해지고 졸음이 밀려올 때 즈음 그날 있었던 즐겁고 행복했던 일들을 떠올려본다. 초등학생 시절에 문방구에서 종종 사 먹던 꿀맛나를 남편이 무려 스무 개나 사 가지고 온 일. 남편의 헤드셋(구입 당시에는 이렇게 비싼 헤드셋이 꼭 필요하냐고 한 소리 했었다)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들었는데 반주와 코드가 소름 돋을 정도로 선명하게 들려 오랜만에 음악을 들으며 한 시간 넘게 피아노를 쳤을 때. (비싼 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남편이 사 온 오뎅국물을 뺏어 들고 한 입만 마시겠다 해놓고는 맛있어서 자꾸 홀짝거리다 정신 차렸을 땐 국물이 이미 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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