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두 번째 장소, 마그마커피 로스터리 카페.
https://maps.app.goo.gl/KPR9zdWHc9wUMotj8
외국에 사는 나에게, 길지 않은 시간이 주어진 한국에서 음식점이나 카페를 고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라면 늘 '아무 데나, 아무거나'를 외치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고르는 음식점과 카페는 누구보다도 파워 J처럼 서치하고 고른다. (사실 나는 P다)
최대의 만족을 얻고 싶다.
이곳은 콜롬비아인 전문 로스터가 직접 로스팅한다는 점, 또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해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도착한 시간은 세 시쯤이었는데 로스터리 전문이라 그런지 창가석 두 자리에 테이블이 세 개 정도라 카페 공간이 넓지는 않았다.
메뉴는 커피부터 티까지 종류가 다양했는데 그중 내가 고른 것은 시그니처 메뉴인 크림 브륄레 에스프레소(₩4700).
사실 나는 늘 따뜻한 아메리카노, 따뜻한 카페라떼를 주문하는데(한 여름에도 뜨거운 음료를 즐겨 마시는 사람으로서 얼죽아의 대척점에 있음),
설탕이나 시럽을 넣지 않고, 달짝지근한 음료 역시 주문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단 음료를 마신 후에 입안에 남는 텁텁함이 싫어서이고, 달콤한 음료에 더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이면 다 즐기기도 전에 과한 단 맛에 물려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아메리카노와 크림 뷔릴레 에스프레소를 두고 치열한 고민을 했다.
일본에서도 한정판, 오리지널이라는 단어를 보면 한 번 더 뒤돌아보는 나에게 '시그니처 메뉴'라는 이름은 컸다.
결국 크림 뷔릴레 에스프레소를 골랐다.
결과는 대성공.
앙증맞은 에스프레소 컵에 담겨 나온 크림 뷔릴레 에스프레소는 보기에도 예뻤지만 맛은 더욱 좋았다.
크림을 먼저 스푼으로 먹고 나서 나중에 커피와 같이 마시라고 안내해 주셨다.
크림만 먹으면 너무 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많이 달지 않았고, 크림도 굉장히 부드러웠다.
크림 뷔릴레 특유의 캐러멜라이징 된 설탕의 바삭함도 잘 살아있었다.
중간부터는 커피와 함께 먹었는데 밸런스가 정말 좋았다!
쌉쌀한 커피와 부드러운 크림의 조화가 딱 좋았다.
내가 달달한 커피를 이렇게 맛있게 마신적이 있던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있었다. 깔끔했다.
한 잔만 마시고 갈 생각이었지만 다른 메뉴도 궁금해졌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는 카페인이 지나치게 잘 듣는 체질이라 오후 3시 넘어서 커피를 마시면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자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두 잔을 마신다는 건 다음 날을 버리겠다는 의미와 같다는 거...
하지만 결국 다른 메뉴도 맛보고 싶다는 열망이 승리했다.
이번에는 흑임자 아인슈페너(₩6000)를 주문했다.
이전에 다른 곳에서 아인슈페너를 먹었을 때는 커피랑 크림이 조화롭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다.
크림은 지나치게 달았고(엑셀런트 녹인 느낌), 크림이랑 섞인 커피는 커피 맛이 거의 나지 않았다.(더위사냥 느낌)
그렇지만 이미 크림 뷔릴레 에스프레소로 내게 신임과 기대를 얻은 이곳은 뭔가 다르겠지 싶었다.
한 분이 제조부터 서빙, 계산까지 담당하시기 때문에 음료가 나오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매장을 쓱 둘러보고 손님들이 나누는 커피 이야기를 엿들으며 기다렸다.
내가 이곳에서 머무르는 동안,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사 가거나 원두를 구입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는데, 특히 커피 마니아인 손님들이 많아서인지 다들 커피에 관한 질문을 많이 했다.
카페인 취약 체질인 나는 이미 카페인이 제대로 들어 손 끝까지 심장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두 번째 잔을 받아 들었다.
흑임자 아이슈페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인슈페너 역시 크림을 스푼으로 좀 떠먹은 후에 커피와 함께 섞어 마시라고 했다.
흑임자의 고소한 맛과 달콤한 크림, 쌉쌀한 커피가 어느 하나 튀지 않고 밸런스가 조화로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조화로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밸런스가 어느 하나에 치우치면 한 악기의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오케스트라의 불협화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커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 맛있다/별로다, 너무 쓰다/너무 달다 정도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나지만 이곳 커피의 품질이 훌륭하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마지막까지 싹싹 비웠다.
좀 늦은 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마리토쪼가 이미 품절되어 버려 아쉬웠지만 커피 두 잔을 마시고 나니 배가 불러왔다.
카페 공간이 넓지 않다 보니 그 안에서 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지만(철판 못 까는 1인) 맛있는 커피를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는 딱이었다.
그나저나 포스팅을 위해 네이버검색을 해보니 지금에 와서야 영업시간이 4시까지라는 것을 알았다.
4시 넘어서도 손님들이 있었고, 나는 심지어 4시 20분쯤에 아인슈페너를 시켰는데...?
어쩐지 4시 40분쯤 가게를 나설 때즈음에는 나밖에 없더라.
의도치 않게 진상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이 글을 보신다면 나로 인해 늦어진 퇴근시간에 대해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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