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4개월차, 지독했던 한 달간의 입덧과 토덧이 끝나고 대망의 안정기를 만끽하려던 찰나에 혈흔이 비치면서 출산까지의 험난한 여정이 예고됐다.
유산과 조산을 막기 위해 매일같이 약을 복용하고,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버텨내다가 아이를 낳았다.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손가락 발가락이 다섯개씩 잘 있는지 확인하고 마음을 놓으니 곧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 여행은 이제 어떻게 되는거야...?'
'뱃속에 있을 때가 좋았다'는 선배맘들의 우스갯소리가 절절하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밤낮 할 것 없이 아이의 오분대기조를 하는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 자꾸 여행 생각이 났다.
마음 먹으면 떠날 수 있던 시절이 그리워 예전 여행 사진첩을 뒤적였는데 기분이 나아지기는 커녕 여행앓이는 점점 더 심해졌고, 대비되는 현실에 자꾸 눈물이 났다.
결국 아이가 태어난지 5개월째 접어들 즈음, 친정엄마한테 아이를 맡기고 남편과 5일간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다. (엄마 고맙습니다!)
출산으로 망가진 허리 때문에 5시간 정도의 길지 않은 비행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졌지만 그래도 무리해서 떠난 여행의 추억 덕분에 아이가 조금 더 클 때까지 더 이상 여행앓이를 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육아휴직이 끝나자 회사에 복직하면서 낮에는 일, 밤에는 집안일과 육아를 하며 정신없이 지냈다.
그러다 독립을 결심하고 퇴사를 하고 나니 어느 새 아이도 많이 자라 있었다.
아이 나이 만 5세,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날 시기가 아닌가 싶어(사실 아이 말고 내가...) 무작정 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다.
tmi 프로필
나
1988년생
-되도록 집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집순이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 여행홀릭
-21세에 떠난 첫 일본 여행에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 싶어 휴학 후에 일본 워홀을 다녀온 뒤, 졸업 후 결국 일본에서 취업.
퇴사한 현재도 일본에 눌러사는 중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혼자 다니는 여행을 선호
-취미는 여행과 독서(그러나 요즘 뒤늦게 드라마와 웹툰에 빠져 독서를 등한시...)
-mbti는 INFP로 과몰입러(공포영화를 봐도 귀신의 과거 회상 속 슬픈 씬이 나오면 울고 나오므로 영화관은 쌩얼로 가는 편)
-귀차니즘이 심하지만 여행 계획 세우는 데에는 열과 성을 다하는 편
-여행 짐에 관해서는 미니멀리스트 (짐은 최대한 가볍게, 없으면 없는대로, 필요하면 현지조달)
아이
2017년생 여아
-태어났을 때부터 분유갈이, 기저귀갈이, 잔병치레없던 무던한(?) 성격
-한 번 잠들면 안 깨고 음식 잘 안 가리고 아무데서나 잘자서 꽤 괜찮은 여행메이트
-춤과 노래를 좋아하며 흥이 많고 낯을 거의 안 가리는 친구
-일식을 좋아하는 스시매니아(특히 연어알, 계란, 참치, 연어, 새우)
-비행경력 다수(생후 2개월 때 여권을 만드는 바람에 여권사진을 누워서 찍음, 만 2세까지 한국-일본 11회 왕복 비행한 나름 베테랑)
-화장실이 깨끗한가와 비행시간이 짧은가에 민감(유럽가자고 꼬시는 중인데 비행시간 듣고 절레절레...)
-멀미가 심한 편(코로나로 한동안 여행을 못 갔더니 비행기 멀미가 생김. 자동차, 버스에서도 멀미해서 여행시에는 멀미약을 복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