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고베에 자리를 잡은 지도 햇수로 11년 차를 앞두고 있다. 외국인 여행객으로서 처음 고베에 왔을 때, 고베는 나에게 있어 '깨끗한 도시, 그렇지만 일본스럽지 않은 도시'였다. 해외여행을 온 이상, 한국과 다른 일본스러움을 기대하기 마련인데 도시 자체가 하나의 유적지와 같은 교토와 난바 도톤보리로 상징되는 옛 상업도시의 오사카에 비해 야경으로 상징되는 고베는 어쩐지 매력이 덜 했다. 고베의 야경은 일본의 3대 야경 중 하나로 손꼽히지만 그렇다고 '일본스러운'야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짧은 일정으로 간사이 여행을 오는 친구들이 교토와 고베 일정을 두고 고민 중이면 나는 고베 일정을 없애고 교토를 넣으라고 얘기한다. 그들도 내가 그랬듯 '일본스러움'을 느끼고 싶어 이곳을 찾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