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의 관광지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일본의 첫 개항도시로서 외국문화의 영향을 받아 서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 이진칸(異人館)과 다른 하나는 항구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하버랜드이다.
이진칸은 현지인보다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은 반면, 하버랜드는 관광객도 현지인도 많은 편이다.
나도 개인적으로 하버랜드를 정말 좋아하는데(거의 매주 가는 것 같다.) 그 이유를 말해보자면,
큰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어 쇼핑하기 편하다는 점, 널찍한 공원인 메리켄파크에서 산책하기 좋다는 점(여름에는 분수대에서 물놀이도 할 수 있어 갈아입을 옷 챙겨서 아이와 시간 보내기 딱 좋다!), 독특하고 세련된 건물이 인상적인 스타벅스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덤!), 항구도시답게 유람선과 작은 선박들이 오가는 걸 구경할 수 있고 탑승해 볼 수 있다는 점, 날이 어두워지면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점.
이렇게 꼽아볼 수 있겠다.
하버랜드에는 크게 우미에(Umie, 이름을 너무너무 잘 지었다. 일본어로 '바다로(향하다)'라는 뜻이다.)와 모자이크(Mosaic)라는 쇼핑몰이 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시즈야'는 모자이크에 위치하고 있다.
https://maps.app.goo.gl/vg3sGpS4dxGgnQPw8
静屋 · 일본 〒650-0044 Hyogo, Kobe, Chuo Ward, Higashikawasakicho, 1 Chome−6−1 2F Mosaic
★★★★☆ · 일본 과자 판매점
www.google.com


시즈야는 옛날 감성을 그대로 살린 레트로 분위기의 과자가게이다.
세련된 분위기의 모자이크 속에 레트로 분위기의 가게라니 왠지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다.
시즈야는 일본어로 다가시(駄菓子)라고 불리는 과자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데,
'다가시'는 원래 곡물 등에 설탕이나 물엿을 섞어 맛을 낸 옛 과자를 의미했지만 현재는 옛날 과자를 통칭한다.
다가시 = 옛날 과자, 불량식품 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입구에서 바구니를 하나 집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과자들이 진열되어 있다.
진열된 상품들이 많아 통로가 워낙 좁다 보니 주말처럼 사람이 많을 때에는 줄을 서서 이동하는 것처럼 앞사람을 따라 다 같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딱히 뭘 사지 않아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0대 중후반(후반이라고 쓰기 싫었다.)인 나도 초등학교 시절(사실 초2까지 국민학교였음...) 문방구에서 종종 사 먹던 추억의 과자들이 보인다.
일본어로 된 포장만 다를 뿐 과자들이 한국이랑 비슷하다.




가게가 넓지 않은 편인데도 종류가 워낙 어마어마해 구석구석 돌아보기도 힘들다.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윗부분 진열대에도 과자들이 빼곡하게 놓여있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데 10엔(한화 90원 정도)도 안 되는 것들도 많고, 대개 100엔 이하(한화 900원 정도)의 과자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트에서는 150엔, 200엔짜리 과자가 저렴하게 느껴지는데 반해 여기에서는 같은 가격의 과자들이 꽤나 비싸게 느껴진다.



또 하나 진귀한 광경은 손님들이 가져온 과자들을 보면서 망설임 없이 빠르게 계산을 시작하는 점원들이다.
도대체 이 분들은 이 많은 과자들의 가격을 어떻게 기억하는 건지 늘 궁금했다.



시즈야는 모자이크 쇼핑몰 내에서도 메인 스트리트에서 살짝 벗어나 좀 골목 지고 눈에 잘 띄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그래서인지 외국손님들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그에 반해 일본 사람들은 줄기차게 찾아오는데 다들 옛 추억이 떠오르는지 나처럼 어릴 적에 먹었던 과자라면서 아이에게 설명해주기도 하고, 집에 두고두고 먹겠다면서 바구니 가득 담기도 한다.
고베가 가죽으로 만든 수공예품(지갑, 신발 등)과 디저트가 유명하다 보니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그 가게들을 위주로 쇼핑을 하는 듯한데 기회가 된다면 시즈야에서 일본 옛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는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