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셋째 날(2) : 푸동미술관 문화 산책 (푸동미술관, 매너커피, 양꼬치 헌지우이치엔)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서 티타임을 즐긴 후 찾은 곳은 푸동미술관.
https://maps.app.goo.gl/kwbGnAWdVWTHENfKA
이곳 역시 마지막까지 일정에 넣을까 고민했던 곳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관과 음악회에 데리고 다녀 어느 정도 익숙해진 아이지만 아이의 기분이 언제 손바닥 뒤집듯 바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데려가는 이상,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감상하긴 어려울 거고, 행여나 지루함을 느낀 아이가 빨리 나가자고 재촉한다면 도중에 그만둬야 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상하이까지 왔는데 사진에서만 보던 쉬빙(徐冰)의 설치미술작《引力剧场》을 직접 못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 도중에 아이에게 끌려 나오는 불상사(?)를 감수하고라도 역시 다녀와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푸동미술관으로 향하게 되었다.
푸동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일본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열려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직장인들도 회사 끝나고 제대로 힐링할 수 있을 텐데.
아이는 무료입장이라 나만 입장권을 끊고 들어갔다.
입장료는 150위안으로 약 3만 원.
저렴하다고는 볼 수 없는 금액이지만 이 입장권으로 진행 중인 모든 전시를 모두 관람할 수 있었다.
입장 후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쉬빙의 설치미술작품 《引力剧场》이었다.
1층부터 4층에 걸쳐 전시된 거대한 작품이라 각 층마다 관람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특히 가장 바닥 층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게 인상적이었다.
빼곡한 글자들이 내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압도감이 느껴졌다.
실제로 보니 크기도 어마어마해 사진으로 볼 때보다 더 큰 존재감과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 날 진행되고 있는 전시는
서빙의 작품과 더불어 백 년 광상(Fantastic Visions, 百年狂想)과 카라바조(Caravaggio)였다.
카라바조는 미리 좀 찾아보고 방문했었는데 백년광상은 사전 정보 없이 찾은 것이었다.
다 돌아보는데 몇 시간은 소요된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일본에서는 같은 미술관이어도 전시회 단위로 입장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푸동미술관은 입장권을 끊으면 모든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 그만큼 관람시간이 길어졌다.
아이가 재미있어했던 전시는 백년광상(百年狂想).
살바도르 달리 같은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아이의 흥미를 끌었고, 회화와 조각이 곳곳에 섞여있어 더욱 재미있게 느낀 것 같았다.
반면 카라바조 전시회는 백 년 광상을 관람한 이후였기도 했고, 자화상 위주로 전시되어 그런지 마지막에 접어들 때즈음에는 살짝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바로크/로코코 미술을 좋아하는 나는 카라바조 전시회를 즐겁게 감상하고 나왔다.
오디오 가이드까지 빌렸으면 좋았겠지만 아이가 있는 이상 어차피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 포기했다.
배경지식이 더 있었음 더 재미있게 봤을 텐데 싶은 생각에 조금 아쉽긴 했지만 아이의 방해(?) 없이 무사히 모든 전시관을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푸동미술관을 관람하면서 좋았던 점은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람하면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었다.
나도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나 나중에 한 번 더 보고 싶어질 것 같은 작품들은 휴대폰으로 찍어두었다.
아이 역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작품들의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늘 느끼는 거지만 사진촬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이가 미술관을 하나의 놀이 공간처럼 친근하게 느끼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푸동미술관은 옥상을 개방해 놓아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 좋았다.
바로 맞은편이 동방명주라 기념사진 찍기에도 최적이었는데 우리가 방문했던 날에는 하필 날이 흐려 예쁜 사진은 남기지 못한 채 한 바퀴 돌며 구경만 하고 내려왔다.
관람을 모두 마친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와 뮤지엄샵을 잠시 구경하다가 매너커피로 향했다.
나는 이미 상하이 스타벅스 로스터리에서 치사량의 카페인을 섭취한 상태였지만 안 들르면 아쉬울 것 같아 카페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웨지우드와 콜라보한 메뉴인 흑당쿠키라테를 주문하려고 했지만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 버터라테를 주문했다. (왜 갑자기 바꿨는지는 나도 모름😂)
베이글도 두 개 주문했다.
매너커피의 다른 지점은 가보지 않아 비교하기 어렵지만 푸동미술관에 있는 매너커피는 테이블도, 의자도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우리는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창문 밖 동방명주를 바라보며 먹는 커피와 베이글은 환상적이었다.
사실 내가 매너커피에 기대를 많이 했던지라 커피와 베이글 맛은 생각보단 평범한 축이긴 했지만 뷰가 아름다우니 더 맛있게 느껴졌다.
멋진 풍경을 보며 마시는 커피는 언제나 훌륭하지🥰
행복한 두 번째 티타임을 가진 우리(정확히는 나😂)는 인민광장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디즈니 스토어에 들려 구경을 하기도 했다.
내일 일정이 마침 디즈니라 그런지 아이의 텐션도 올라갔다.
인민광장역에 도착한 우리는 또다시 제일백화점으로 향했다.
제일백화점은 거의 매일 들른 듯하다.
목적지는 제일백화점 6층의 양꼬치 전문점 헌지우이치엔.
https://maps.app.goo.gl/rtnyUvaLiqpEaYhq7
주말이라 그런지 좀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대기가 몇 팀 있었다.
주말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5시나 5시 반쯤에는 도착해 접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7시쯤엔 대기가 어마어마했다!
대기하는 동안 팝콘을 무료로 먹을 수 있다길래 냉큼 가져다 먹었다.
20분 정도 대기하니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안으로 들어서니 한국어가 쓰인 메뉴판을 줬다.
평소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 기름 부위를 못 먹는 나는 살코기 양꼬치로만 12개를 주문했다.
살코기 양꼬치는 어린이 추천메뉴였지만 난 무조건 살코기!
(곱창 대창 못 먹고, 삼겹살도 거의 먹지 않는 나😅)
근데 여기서 한 가지 실수한 게 있었다.
메뉴판의 오른쪽 위를 보면 양꼬치 기본양념을 어떻게 할지가 나와 있고,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아이를 생각해서 오리지널로 골랐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추천이라고 쓰여있는 쯔란+고추를 골라버렸다.
그렇게 맵지는 않아 어느 정도 매콤한 걸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아이라면 문제없을 것 같지만 유아 동반이라면 오리지널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로서는 결과적으로 쯔란+고추를 고른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이가 양꼬치가 별로라며 안 먹었기 때문🤣
두어 조각 먹어보더니 먹기 싫다길래 결국 주문한 양꼬치 열두 개 모두 내가 먹었다.
아이는 사이드메뉴 계란볶음밥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참고로 계란볶음밥은 양 푸짐하고, 저렴하고, 맛있었음!)
양꼬치가 크지는 않지만 살코기여도 은근히 기름기도 많고, 또 함께 주문한 계란볶음밥 역시 양이 많아 결국 추가 주문은 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양꼬치 더 줄이고, 야채 먼저 주문할걸.
옆 테이블에서 야채를 구워 먹는데 너무 맛있어 보였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주문을 적게 해서 그런지 2만 원도 나오지 않았다.
남편까지 같이 왔으면 10만 원은 나왔을 것 같은데ㅋㅋ
후식으로 나눠주는 우유맛 아이스크림을 야무지게 먹고 백화점을 나섰다.
호텔에 돌아가는 길에 난징동루 거리를 구경하며 셋째 날도 이렇게 마무리됐다.
[일정]
첫째 날(3/22) : 오후 3시경 푸동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저녁식사(맥도날드) - 황푸강 유람선 탑승 - 와이탄 산책
둘째 날(3/23) : 상하이 임시정부 - 점심(胖子面) - 티엔즈팡 - 마시청 서커스 - 저녁식사(하이디라오) - 난징동루 산책 - 예원
셋째 날(3/24) : 오전 휴식 - 점심(스타벅스 상하이 로스터리) - 푸동미술관 - 매너커피 - 저녁(헌지우이치엔) - 난징동루 산책&쇼핑
넷째 날(3/25) : 디즈니랜드 - 저녁(하이디라오) - 난징동루 산책&쇼핑
다섯째 날(3/26) : 체크아웃 및 공항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