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셋째 날(1) :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를 찾다. (부록 : 상하이 스타벅스 메뉴판)
어제 너무 열심히 돌아다닌 탓일까.
충분히 자고 일어났는데도 다리의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보아하니 아침마다 벌떡벌떡 잘 일어나는 아이도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았다.
어차피 다음 날 일정이 디즈니랜드라 오늘은 무리 없는 일정을 짜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전날 남겨뒀던 딸기를 마저 먹으며 호텔 침대에 누워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이제는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슬슬 걸어 나왔다.
나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고, 아이는 출출해지기 시작한 터라 우선 간단하게 간식을 먹기로 했다.
눈에 딱 들어온 것이 돼지고기 월병.
개당 6위안으로 1,200원 정도니 가격도 착했다.
월병은 중추절에 꼭 먹는 음식 중 하나라던데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의 송편과 비슷한 건가?
월병 안에는 고기가 듬뿍 들어서인지 하나만 먹어도 은근 배가 찼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한 번 맛본 것으로 만족했는데 아이는 맛있다며 또 먹고 싶어 했다.
간단하게 주전부리를 한 후, 아이가 들르고 싶어 했던 레고 매장으로 향했다.
레고에는 별 관심이 없는 나지만 레고로 만들어 놓은 작품들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상하이를 주제로 이것저것 재현해 놓은 것 같았다.
특히 레고로 재현한 동방명주는 기념사진 각!
정말 레고덕후가 아니라면 이 일은 하기 힘들겠다는 다소 사회에 찌들어 버린 듯한 생각이 들었다😂
매장은 2층까지 있었는데 레고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도 넉넉했고, 직원들도 따로 터치하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러니 아이는 도통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다음 목적지로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 가려고 마음먹은 나는 초조해졌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
점심시간 지나고 나면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어지는 거 아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질릴 때까지 놀게 두겠지만 스타벅스 생각에 조급해진 나는 10분 뒤에 매장에서 나가자고 했고, 약속대로 10분 뒤 우리는 매장을 나섰다.
미안😅 엄마가 스타벅스에 눈이 멀었어...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까지는 아이와 걸어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내 다리였다.
오전 내내 쉬었는데도 유난히 다리의 피로가 안 풀리는 것 같더니 5분 정도 걷자 지치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
소중한 체력을 위해 그 자리에서 바로 택시를 불렀다.
상하이는 물가에 비해 교통비가 정말 저렴하다.
외식 물가는 우리나라나 일본과 큰 차이를 모르겠는데 지하철은 기본요금 자체도 굉장히 저렴하고(기본거리가 3위안이니 600원 정도?), 특히 택시비는 비교도 안 되게 저렴했다.
택시비가 어마무시한 일본에 사는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체감이 정말 컸다.
내비 상 23분 걸리는 목적지까지 나온 택시비가 겨우 6천 원.
일본 택시비 기본요금이 680엔으로 6천 원 정도니 이와 비교해 보면 정말 저렴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집에서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10~15분 정도인데 늘 15,000원 정도를 내고 있으니...
중국에서는 체력도 비축할 겸 택시를 활용하는 게 이득인 것 같다.
(걷기 싫어서 대는 핑계 아님🤣)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라는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에 도착.
밖에서 봐도 규모가 상당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교외 쪽으로 카페를 크게 짓고 인테리어도 기깔나게 꾸며 놓던데.
상하이 도심에, 그것도 세계 최고의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가 이렇게 큰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딱히 스타벅스의 팬도 아닌 나에게조차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입구에서 바라보는 스타벅스 내부 모습은 꼭 외국 라이프스타일 잡지 표지에 커다랗게 실릴법한 그런 광경이었다.
매장 한편에서 쉴 새 없이 볶아지는 커피 원두, 일사불란하게 커피를 내리는 스타벅스 직원들, 그리고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1층에서는 로스팅 중인 원두와 로스팅을 마친 원두가 포장되는 모습, 맛있게 구워진 빵들과 테이크아웃용 원두와 굿즈들을 구경했다.
그다음엔 2층으로 올라와 1층에 없는 굿즈들을 구경하고, 다른 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주류를 파는 Bar도 구경했다.
물론 알쓰는 구경만...
1층과 2층 모두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특히 2층은 혼자온 손님보다 여럿이서 들른 손님들이 많아 왁자지껄했다.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나는 1층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큰 테이블에 혼자 온 손님들이 앉아있는 곳이었는데 공간 자체가 좀 분리되어 있기도 하고, 대부분 혼자 자리 잡고 휴대폰과 노트북을 하느라 다른 곳보다 조용했다.
자리를 잡은 우리는 음료와 빵을 주문하러 갔다.
봄 신상 메뉴로 올레아토 올리브 오일과 콜라보한 메뉴가 보였다.
올레아토 레몬 크림 라테를 주문하려는데 왼쪽 페이지 두 메뉴는 주문이 안 된단다.
그렇다면 상하이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메뉴를 골라야 덜 억울하겠다 싶어 '南西789 (789 WEST NJ RD)'를 골랐다.
지금 돌이켜보니 요거 고르길 잘했다 싶기도!
올레아토 라인업은 일본에서도 판매 중이었다.
(참고로 한국에는 올레아토 메뉴가 없다고 한다.)
빵도 두 가지 골랐는데 내가 고른 건 스파이스가 들어간 빵이었고, 아이가 고른 건 브리오슈였다.
커피와 빵과 함께 여유로운 티타임이 시작됐다.
잠깐 현실로 돌아오자면 듣던 대로 가격은 살벌했다.
일단 만 원 이하의 커피는 거의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주문한 커피가 만 원 조금 넘는 정도였는데 메뉴 중에서는 꽤 저렴한 편이었다.
빵 역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는데도 개당 6천 원 정도였다.
그렇다면 맛은?
솔직히 말하면 '상하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라는 이름값에 돈을 낸 것 같았다😅
우리 동네 쪼그마한 카페보다 맛없...
너무 냉정한가...?
그러고 보면 나는 원래도 스타벅스 메뉴들이 그렇게 맛있다고 느끼진 않았던 것 같다.
커피가 생각보다 달지 않은 것은 좋았다.
내가 주문한 스파이스가 들어간 빵은 시나몬 향이 강했는데 시나몬보다는 계피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법한 맛이었다ㅋㅋ
토마토 브레드랑 비슷한 짭쪼롬 계열이었지만 스파이스의 향이 강해서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았다.
아이가 주문한 브리오슈 번은 살짝 달달한 게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이가 한 입밖에 안 줘서 맛이 기억이 잘 안 난다🤣
쓰고 나니 혹평을 내린 것 같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하이 스타벅스 특유의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별로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디즈니랜드 같은 곳도 다 비슷하지 않을까?
어트랙션 몇 개 타지도 못하고, 그마저도 한두 시간씩 기다려서 타야 하지만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거니까.
먼저 빵을 해치운 아이가 지루해 보였다.
하지만 언제 또 찾게 될지 모를 이곳의 분위기를 더 즐기고 싶어 결국 아이에게 휴대폰을 쥐어주었다.
그 와중에 데이터는 아껴야 해서 인터넷은 꺼두고 메모장에 그림 그리기를 시켰다는🤣
아무튼 스타벅스를 좋아한다면, 혹은 나처럼 좋아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에 몇 군데 없는 로스터리 매장이니 한 번쯤 추억 삼아 경험 삼아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부록 : 왜 찍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상하이 스타벅스 메뉴
[일정]
첫째 날(3/22) : 오후 3시경 푸동공항 도착 - 호텔로 이동 및 체크인 - 저녁식사(맥도날드) - 황푸강 유람선 탑승 - 와이탄 산책
둘째 날(3/23) : 상하이 임시정부 - 점심(胖子面) - 티엔즈팡 - 마시청 서커스 - 저녁식사(하이디라오) - 난징동루 산책 - 예원
셋째 날(3/24) : 오전 휴식 - 점심(스타벅스 상하이 로스터리) - 푸동미술관 - 매너커피 - 저녁(헌지우이치엔) - 난징동루 산책&쇼핑
넷째 날(3/25) : 디즈니랜드 - 저녁(하이디라오) - 난징동루 산책&쇼핑
다섯째 날(3/26) : 체크아웃 및 공항이동